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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칼럼]시장에 무척 호의적이었던 할아버지 고객

프라임경제 기자  2007.01.24 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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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이번에는 증권사 직원들이 말하는 소위 ‘객장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증권사 객장에 매일 나오시는 고객들 중에는 직원보다 더 열심히 출근하시는 분들이 많다. 직원들은 여름휴가 월차휴가 연차휴가 등 휴가라도 쓰지만, 이분들은 휴가도 없이 증시가 열리는 날은 꼬박 출근하신다. 그 중에는 수익이 나서 즐겁게 다니시는 분도 계시고, 손해가 나서 우울하게 다니시는 분도 계신다.

그분들 중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분은 필자가 천안에 온 지 얼마 되지않았을 때 만났던 분이다. 2003년에 그분을 처음 뵈었는데, 1915년생이시니, 그 때 연세가 우리 나이로 여든아홉 살이셨다. 20여년 전에 천안에 땅을 좀 사놓으려고 오셨다가 그냥 눌러 살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자산이 꽤 많으셨다. 걷는 것도 약간 불편하시고 그냥 보기에도 나이가 많이 드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필자는 직접 투자를 하지 마시고 간접 투자를 하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말씀 드렸다.

아시다시피 증권시장은 현명한 결단, 빠른 선택, 정확한 타이밍 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분이 하시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단호히 거절하셨다. 당신은 주식투자가 적성에 맞는다고 하셨다.

왜정시대에 어느 중소도시 농업학교를 나오셨다고 하셨는데, 그분은 나이 들어서 주식투자 말고 다른 것은 할 게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일들은 각종 문서를 처리하는 일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양도 이익에 대한 세금도 내야 하고, 또 발로 뛰어다니면서 일일이 다 확인도 해야 하고, 그래도 꼭 이익이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씀하였다. 그런데 주식은 이익에 대해서 세금 달라고도 안하고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씀하셨다.

필자 생각에는, 나이가 많이 드셔서, 혹시라도 손해를 보게 되면,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해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주식투자는 그만 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 드렸던 거였는데, 그분 계좌를 보고는 그만 그런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계좌는 20% 이상 수익이 나 있었고 어떤 종목은 수익이 40%가 넘은 종목도 있었다. 그래서 “종목 선정을 어떻게 하시나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면, (뉴스에서 언급될 즈음), 그때쯤 객장에 나가서, 중견급 직원한테, 주식을 사려 하니 10종목만 선정해 달라고 해서, 그 중 서너 개를 선택해서 매수한 후 5~6개월 기다리면, 거의 수익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한 자기 원칙을 꾸준히 고수하신 분이다. 그렇게 하니 이익도 잘 나고, 증권회사만 봐도 기쁘다고 하셨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자기만의 원칙’을 단순하게 철저하게 지키셨던 그 고객님 계좌는 늘 수익이 나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많이 남기려는 투자 자세보다는, 그 고객님처럼 여유롭게 자기 원칙을 고수하면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정말 많이 남길 수 있는 지름길인 듯 싶다. 가끔 조급하신 고객 분들을 보면, 더운 여름날 직원들 먹으라고 불편하신 몸으로 무거운 수박을 들고 오셨던 그 고객님이 생각난다.

“고객님 오히려 제가 더 배웁니다.”

   
현대증권 불당지점장 전 복 용

 충남고/충남대 경영학과/현대증권 법인영업부/둔산지점장/현재 현대증권 불당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