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체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며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크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은 생산공장을 풀가동하고 있고,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할인행사를 펼치는 등 무더위 특수 잡기에 한창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호조를 띠고 있지만, 시장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아이스크림 매출 급증에도 불구, 울상 짓고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을 살펴봤다.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하청업체인 서희산업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파업으로 곤혹을 치렀다.
◆배스킨라빈스, 최대 성수기에 생산직 노조파업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지난 2001년 경영 합리화를 명목으로 생산직원들을 서희산업(舊 국제산업)으로 전직시켰다. 당시 비알코리아는 이들 생산직원들에게 본사와의 동일한 임금과 복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임금과 복지에 차별이 생겼고, 이에 서희산업 측은 본사에 불만을 표했다.
이 같은 불만은 올 4월 비알코리아와 정규직 전환을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비알코리아 측이 '5년뒤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5월9일부터 서희산업 노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서희산업 노조원 83명 중 파업에 참가한 77명은 서울 비아코리아 본사에서 집회를 벌이는 동시에 배스킨라빈스 점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생산직원 83%가 파업에 돌입하며, 여름 성수기를 맞은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비알코리아 측은 비정규직 19명을 투입시켰고, 이들은 서희산업 비노조 직원들과 아이스크림 생산을 맡아왔다. 그러나 기존 생산전문가들이 아닌 대체인력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면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은 '짝퉁 아이스크림'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전면파업 86일만에 서희산업 노조 측과 비알코리아가 고용보장과 임금차별 해소 등에 합의하면서 파업은 종료됐다. 비알코리아 정규직 전환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비알코리아 소속전환에 준하는 수준의 고용보장 △본사와의 불합리한 차별해소 △상호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파업 참가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금지 △노조와 협의 없는 인위적인 인력감축 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들 노조원들은 오는 9일 복귀해 정상근무에 돌입하는 만큼 아이스크림 생산은 정상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조 집회와 1인 시위 등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회복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나뚜루, 매장수 제자리에 기존 유통망마저 위협받아
배스킨라빈스에 이어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 2위인 '나뚜루'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해 1월 200개 남짓이던 매장수는 1년 7개월여가 지난 현재 220개와 별반 차이가 없다. 가맹점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앞세운 공격적인 성장전략으로 지난해에만 100개 가맹점 추가 개설을 목표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 8월 '나뚜루 퓨어카페'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론칭, 성장전략을 뒷받침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1호점 오픈에 그친 상태다. 현재 '나뚜루 퓨어카페'는 '아뜰리에' 콘셉트로 변형돼 5~6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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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괄목할만한 성장 없이 제자리걸음 중인 나뚜루. | ||
이 가운데, 나뚜루((주)롯데리아) 계열사인 롯데제과가 최근 론칭한 '본젤라또'도 나뚜루 성장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나뚜루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매장 외에도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본젤라또의 유통망과 겹치는 것. 또한 두 제품 모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지향하고 있어 타깃층이 동일한 상황으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이 제살 깎아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나뚜루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콜드스톤 크리머리, 지난해부터 성장세 둔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콜드스톤크리머리(이하 콜드스톤)' 역시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86개에 달했던 매장수는 연이은 폐점으로 인해 2011년 53개, 올해 7월 현재 51개로 감소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후발주자로, 시장안착을 위해 투썸플레이스 등 CJ푸드빌 브랜드와 연계(결합)매장 운영을 통해 인지도 제고 등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지만 매장수 확대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핵심상권인 강남점 매장이 폐점했고, 마산 경남대점과 이태원점 등 총 3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올해도 2개 매장이 폐점하며 콜드스톤 사업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콜드스톤 관계자는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유독 폐점이 많았던 이유는 2007년 가맹사업 전개 이후 5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라며 "일시적인 감소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자연스러운 폐점으로, 사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콜드스톤은 향후 지난해 도입한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앞세워 매장 오픈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새로운 BI를 도입한 광화문점과 왕십리역사점 등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여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새로운 BI 테스팅(인큐베이팅) 기간으로 공격적인 가맹점 개설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오픈하는 매장이 적어 일시적인 브랜드 정체상태로 보이겠지만 향후 성장을 위한 준비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빨라쪼·하겐다즈, 두각 못 나타내
해태제과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빨라쪼 델 프레도(이하 빨라쪼)'는 앞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삐꼴라 사이즈는 3000원에서 3500원으로, 메디아 사이즈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그란데 사이즈는 5000원에서 5500원으로 각각 500원씩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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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한 빨라쪼. | ||
빨라쪼 매장 관계자는 "원가 부담으로 본사 차원에서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빨라쪼의 경우 매장수가 100개도 채 되지 않아 타 브랜드에 비해 원가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며 "매장수가 일정 이상이 돼야 원자재 수급이 안정될 수 있는데 현재 매장수로는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B2B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하겐다즈'도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에서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왔으나 강남점 매장과 도심공항점 등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현재 매장수는 20개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삼청동에 하겐다즈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곤 있지만 당분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