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증권사들 '장밋빛 전망'으로 인력감축 '그늘' 가렸다

미래·삼성·현대證 등 "투자하라"더니 뒤로는 "구조조정"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8.06 10:55:5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초 인력 감축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도 지난 연말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표한 2012년 증시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이 올해 시장 위기를 예상하고 뒤로는 구조조정, 앞으로는 일반 투자자의 주식투자를 부추겼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3개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2682명에서 올해 1분기 말 4만2388명으로 0.7% 줄었다. 이는 리먼 사태로 글로벌 재정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9년 2분기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빗나간 예측으로 투자자 현혹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78명의 직원이 감소한 동양증권(003470)이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037620)은 69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삼성증권(016360) 31명, 현대증권(003450) 25명 순이었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들이 지난 연말 앞 다퉈 2012년 국내증시의 강세를 예견하며 투자 확대를 외쳤다는 점이다. 연초에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 상승하는 이른바 ‘상저하고’의 전망을 내놨지만 이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본인들은 불황을 예상해 직원 수를 줄이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시장이 좋을 것이라고 포장한 셈이다.

올해 69명의 직원을 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14일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증시의 기대수익률이 30.6%에 달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 증권사 이진우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섹터 및 종목 관점에서 2012년 주식시장 기대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30.6%의 기대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31명의 직원을 떠나보낸 삼성증권 역시 작년 12월29일 발표한 연간전망 보고서에서 “우과천청(비온 뒤 맑은 하늘)의 주식시장을 기대한다”며 “2분기를 대비해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현대증권 역시 지난해 말 연간전망에서 글로벌 경제가 4% 내외의 안정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며 국내 시장은 하반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힘입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위적 감원 없었다” 과연?

주목할 점은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감원 폭풍에 더 많이 휘말렸다는 점이다. 조사대상인 63개 증권사의 정규직 직원 수는 지난해 말 3만4338명에서 올해 1분기 말 3만4282명으로 0.2%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계약직) 직원 수는 8166명에서 7916명으로 3.1%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반면 해당 증권사 측은 일반 직원들에 대한 감원 압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치에 나타난 직원 수 감소가 인위적인 구조조정 때문은 아니었다”면서 “증권업계 자체가 이직률이 높은데다 최근 업황이 어렵다보니 자연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형사들이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개인사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인력 감축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것으로 추가 감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은 임원 10여명을 교체했고 삼성증권도 100여명 규모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도 비슷한 시기에 장기근속자 3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축했다.

KDB대우증권(006800) 김기범 사장 역시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어렵지만 인력을 줄이는 식의 ‘버리는 경영’이 다는 아니다”라면서도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