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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시간은 아나로그로 흐른다: 1만시간의 법칙

장중구 코치 기자  2012.08.06 10: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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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채용면접을 하다보면 종종 전 직장을 그만두고 1~2년 동안 공백 기간이 있는 지원자를 만나게 된다. 다니던 직장을 사직하고 공무원 또는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하다가 다시 기업으로 유턴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는 새 면접관이 아닌 코치의 입장이 되어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대개는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직장생활이 제 적성에 맞지 않아서요.”

하지만 아마도 속으로는 이런 대답을 하고 싶을 게다. “매일이다시피 야근을 하지만 성취감이라곤 오간 데 없고, 앞을 내다보면 흔히들 말하는 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생산라인의 기계처럼 주어지는 일을 해내기가 바쁘다보니 이러다간 아무런 희망이 없이 젊음을 낭비하고 말 뿐입니다.”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고 무얼 하셨나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뻔한 질문이지만 다시 묻는다.

“우리 회사 채용시험에 응시하신 것을 보니 지금은 공무원 시험준비를 포기하셨나요?”

듣는 이는 다소 거북하겠지만 그래도 묻는 이유는 또 다시 일반기업에 취업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는 뜻에서다. 응시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예 그렇습니다.”

짓궂은 질문을 한마디 더 한다.

“한 두해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다가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요? 합격한 사람들은 대체로 몇 년 걸려 합격하던가요?”

국민의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 굳게 결심을 하였거나,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두해 만에 자신의 뜻을 포기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편하고 안정적인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험준비를 시작하였었더라면 오래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학창시절 고시준비생들이 즐겨 쓰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라는 말에 크게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 지지부진한 현실을 전격적으로 타파하고 새로운 자신을 창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의 ‘1만 시간의 법칙’ 즉,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현실에서는 훨씬 더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문제는 10년(하루에 3시간씩 10년간 투자하면 약 1만 시간이 된다) 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 마디로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고서는 아니 거의 미치지 않고서는 10년간 매일 같이 연습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성공을 하고 싶거나 뛰어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는 IT시대 혹은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의 특징 가운데는 ‘불연속성’이 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창조적인 상품이 개발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가능해 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이 새로운 창조를 가져오는 수단이나 되는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쉽게 포기하고 쉽게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보이는 눈부신 성과와 업적들의 배경에는 1만 시간의 연습과 그 이상의 투자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다니엘 레비턴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1만 시간 연습하면 천재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이 되려면 타고난 재능의 크기가 어떻든 간에 최소한 1만 시간 정도가 필요하며 이 기간은 뇌가 완전히 그 기술을 습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쉽사리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만일 취업이나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다만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고 감사하며, 마음속으로부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1만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시간은 아나로그로 흐른다. 어제의 뿌리위에 오늘의 가지가 자라고, 내일은 오늘의 가지위에 피는 꽃이다.

장중구 코칭칼럼니스트 / 공학박사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장중구 코칭카페(www.realangel.co.kr) 대표/ 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