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長)들을 코칭하면서 그들의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부하직원의 관계란 걸 알게 될 때가 제법 많다. 고객이 자기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처음부터 드러내고 이런 문제를 꺼내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다면평가 인터뷰를 통해 부하직원과 면담한 결과를 피드백해주면 다소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지 않는 부하직원에 대한 섭섭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간혹 생긴다.
상사의 입장과 의도는 부하의 성장을 도와 성과를 함께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일의 추진 방향이나 노하우를 잘 알아듣게 일러주기도 하고, 때로는 일부러 강하게 도전하도록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이 부하직원들에게 다가서려 하는 만큼 직원들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으니 외롭다고도 토로한다. 이런 것이 쌓여 가르쳐주는 대로 따르지 않을 때 화도 내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부하직원을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만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어떨까?
고사성어 중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풀어보면 뺄 발 (拔), 싹 묘(苗), 도울 조(助), 길 장(長)이다. 도와주려고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다.
맹자가 제자에게 일러준 고사다. 시기심이 많던 어떤 농부가 자기 논에 심은 묘(벼의 싹)가 남의 묘보다 키가 작은 것 같이 보이자 자존심에 금이 갔다. 곰곰이 생각하다 묘안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벼의 순을 조금씩 뽑아 올려 다른 이들의 묘와 키를 맞춰 놓았다. 당장 키가 같아지자 흐뭇했고, 남들 것보다 더 빨리 자랄 걸 생각하자 기대에 찼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묘는 하얗게 말라 죽었다.
맹자가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사람이 성장해 가는 일 역시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과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일러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미덕으로 안다. 그런 문화에서 살고 있다. 흔히 ‘자장면이 맛이 없는 것은 용서가 되도, 늦게 오는 건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다. 부하육성도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관계회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사가 부하를 도와줄 의도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묘(싹)가 좋은 환경에서 스스로 잘 자라듯이 사람도 환경을 잘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자발성과 자율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토양 위에 따스한 햇볕을 쪼여만 주는 것은 어떨까? 그 햇볕이란 마치 인간적 매력과 같아서 부하직원이 저절로 믿고 따르도록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영학을 발명했다고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리더십이란 추종자들이 주는 선물’이라 한다. 이왕 받더라도 부하직원들이 흔쾌한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라면 리더로서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 |
||
오정근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기업체 전문강사 / 심리상담사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