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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정치 9단 박지원의 '신의 한수'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8.02 15: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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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자진출석했습니다.

그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혀온 터라 박 원내대표의 검찰 자진 출두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박 원내대표의 기습적인 검찰 출석에 당황한 것은 검찰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조사 초반 2시간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혐의 내용보다는 인생역경 등에 대해서만 질문했다고 하니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출석을 예상하지 못해 허를 찔린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입장을 바꿔 검찰에 자진 출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포영장 청구서에 적힌 범죄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국회에 도착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토한 후 검찰에 출석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진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난 수첩에 적힌 일정과 검찰이 불법자금을 받았다고 지목한 일시·장소 등을 대조한 뒤 무죄 입증을 자신하고 출석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런 박 원내대표를 두고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역시 고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들 역시 '정치 9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은 기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당 의원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10시간이 넘게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필요하면 한 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히든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박 원내대표가 체포영장 내용을 확인한 뒤 대비를 하고 나왔을 것으로 보여 이미 공개된 내용을 위주로 조사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미 검찰에 자진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응한 만큼 박 원내대표가 재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또 8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다시 소환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계산하기라도 한 듯 민주통합당은 당장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고,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8월 임시국회 비협조는 민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나이 일흔에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 원내대표의 검찰 자진 출석 결정에 검찰도, 정치권도, 언론도 하루 종일 끌려 다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역시 '정치 9단'이라는 별명이 쉽게 붙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