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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선의의 경쟁과 신사도’를 익히지 않고서 ‘이기고 지는 승부’만을 생각하며 훈련받은 스포츠 선수와 똑 같다. 음악이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자신이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피아노 치는 훈련만 받는 사람과 똑 같다.
이태준이라는 아주 대단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는 지금부터 100년도 넘은 1904년에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그가 쓴 글쓰기 교본 ‘문장강화’라는 불후의 고전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써야 하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글 깨나 쓰는 사람치고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00년 전에 쓴 책인데 지금도 통할까 싶어 걱정할 필요 없다. 글을 쓰는 자세와 방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 뿐만 아니라 ‘창작과 비평’사에서 지금 상황에 맞게 손을 봐서 다시 출판을 했다.
가령 “평어, 경어와 문장 : '나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이나 '없다'는 평범하게 나오는 말이다. '저는'과 '없습니다'는 상대자를 존친하는 정적(情的)의식, 상대의식이 들어있다. '나는'과 '없다'는 들띄워놓고 여러 사람에게 하는 말 같고, '저는'과 '없습니다'는 어떤 한 사람에게만 하는 말 같다.
평어(平語)는 공공연하고 경어(敬語)는 사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습니다 문장'은 읽는 사람이 더 개인적인 호의와 친절을 느끼게 한다. ‘호의와 친절은 독자를 훨씬 빠르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는 식의 가르침이다.
”한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밖에는 없다“고 한 플로베르의 말은 너무나 유명하거니와 그에게서 배운 모빠쌍도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 말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선 한 동사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선 한 형용사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런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추어 버린다든지,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명사든 동사든 형용사든, 오직 한 가지 말, 유일한 말, 다시없는 말, 그 말은 그 뜻에 가장 적합한 말을 가리킴이다.
가령, 비가 온다는 뜻의 동사에도 비가 온다, 비가 뿌린다, 비가 내린다. 비가 쏟아진다, 비가 퍼붓는다가 모두 정도가 다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식의 가르침이다.
당대의 대가답게 ‘어떻게 만들어 지는 문장이 훌륭한 문장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쓰는 글이 올바르게 쓰는 글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들어있는 불후의 가르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를 하고, 그렇게 이해한 사명감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한 기초 소양을 닦기 위한 필독서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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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