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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급유시설 민영화 전격 보류…대한항공 특혜 의혹

대한항공 출신 급유시설 관계자 ‘짬짜미’, 막말 국회에 덜미 ‘철퇴’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7.30 14: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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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이하 급유시설)의 운영권 사업자 선정이 전격 보류됐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의 민영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공항과 한진그룹이 사업자 선정에 대한 특혜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의혹의 요지는 인천공항이 아직 입찰도 하지 않은 사업자 선정에 대한항공을 사실상 내정했다는 것인데, 이 의혹을 뒷받침 할만한 한진그룹 측 고위 인사의 육성 녹음이 공개되면서 일이 커졌다. 문제의 한진 고위 인사 등은 국회에 불려 나가 국회 모독성 발언 등에 대해 해명했지만, 국회는 인천공항과 한진 측의 ‘짬짜미’ 의혹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7월2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산하기관 업무보고 및 질의응답 과정에서 인천공항급유시설의 위탁사업자 선정과 관련 ‘한진그룹이 이미 내정됐다’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국회는 특혜 의혹이 짙다고 판단, 인천공항과 급유시설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이를 추궁했고, 인천공사는 운영자 사업자 선정 작업을 중단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7월26일 곧 있을 예정이었던 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급유시설을 민간에 3년간 임대하기로 하고 내달 초까지는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산하기관 업무보고 및 질의응답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절차 진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인천공사는 운영자 사업자 선정 작업을 중단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는 매년 60억~7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내온 인천공항급유시설의 위탁사업자 선정과 관련 ‘한진그룹이 이미 내정됐다’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음성이 담긴 동영상 파일 두 개를 공개했다. 음성파일은 한 매체의 보도내용으로 지난 20일 현재 급유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급유시설의 고위 임원이 급유시설 내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하는 형식이다.

해당 고위 임원은 인천공항 급유시설 사업자 선정과 관련 “이미 다 끝났다”면서 “지금 아무리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저렇게 전부 떠들고 여러분이 떠들고 해도 절대로 안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와 실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업자는 한진그룹이 제일 좋겠죠…, 스무스하게…”라며 노골적으로 한진그룹을 지지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새 사업자는 한진으로 스무스하게…” 

그런가 하면 이 고위 임원은 민간위탁을 앞두고 직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고용승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는 8월13일 민자사업법에 의해 급유시설이 청산되면 직원들의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과 관련, “다른 데서 입찰해서 낙찰 받는 것보다 한진그룹에서 받아서 운영하는 게 고용승계나 유지에 가장 유리하지 않겠냐”면서 “고용승계는 강제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임원은 급유시설의 박찬혁 관리담당 상무로 박 상무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자금부 부장을 지내고 이 회사 상무로 이직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이로 인해 대한항공과 국토해양부의 짬짜미 의혹이 명확해졌다”면서 “국회를 무시한 급유시설 강영식 대표이사와 박찬혁 상무를 비롯한 전 임원들의 출석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을 본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주승용 국토해양위원장은 “방금 방영된 영상이 사실이라면 개탄스러운 일”이라면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관련자가 자진 출석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급유시설 운영 방안에 대해 국회조차 논의를 한 적이 없는데 뭘 믿고 이런 말이 나오느냐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전 임원의 발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한 발언으로 국토해양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지 염려스럽다는 것.

◆급유시설 사회공헌 연9억 알고 보니 ‘한진 주머니’로…  

결국 이어진 오후 회의장에는 급유시설의 강영식 대표이사와 동영상 음성의 주인공인 박찬혁 상무가 출석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강영식 사장.
국토해양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은 “정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인천공항급유시설 소유권과 지분매각 등의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공정한 룰을 설정하도록 당부해왔다. 하지만 임원의 어이없는 만행에 정부와 여당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국회의원을 모욕하는 발언적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어떻게 저런 분이 임원으로 있는지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먼저 주 위원장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이 급유시설 입찰공고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외시켜 달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조사특위를 구성해 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강 대표이사와 박찬혁씨는 대한항공 출신이고, 강 대표이사는 대한항공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면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급유시설 등기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면서 출근도 하지 않고 매년 2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급유시설은 불우이웃을 돕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겠다면서 매년 9억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놀랍다. 9억원을 기부하는 곳이 다른 아닌 인하학원, 정석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한진그룹 산하 기관에 집중된 것.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은 “시장만능주의가 인천공항의 핵심시설인 급유시설 만영화 추진의 특혜논란을 초래했다”면서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직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급유공사의 민영화가 전격 중단된 시점에서 인천공항의 지분매각 작업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공사 노조는 금유시설 민영화는 물론 인천공항 지분매각에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부는 인천공항 매각을 강행하려 했지만 정부와 야당과의 대립, 노조와 사측의 대립,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급유시설은 8월13일 민자사업법에 의해 인천국제공항공사로 귀속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급유시설의 운영권 사업자 선정에 대한 입찰공고가 무기한 연기된 것과 관련, 급유시설 운영권 민영화가 늦어지는 것을 물론 아예 차기 정부로까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