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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수성·창의성 없는 책 유통방식 ‘V3 안철수답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28 09: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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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간 ‘안철수의 생각’ 때문에 중소서점들이 울상이라고 한다.

대형서점가며 온라인서점마저 재고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에 중소서점들이 겪을 물량 부족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책이 잘 팔리다 보니 없어서 못 파는 정도가 아니라 ‘책 유통 과정에서 소외’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한국서적경영인협의회가 25일 성명을 내고 “전국 2000여개 영세 지역 서점은 책을 구경하기조차 힘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김영사에 26일 공문을 보내 “(김영사가) 1차 인쇄본 공급 시 중소서점은 원천 배제한 채 일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만 전량 공급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공문 중의 표현대로 “중소서점에 대한 명백한 ‘차별적 행위’이자 ‘횡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을 낸 것이 정치적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보면 김영사의 선택처럼 효율적인 밀어내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선거에 임박해 유행하는 일명 정치적 출간물임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책을 보고 공감을 해 그게 나중에 출마를 실제로 할 경우 득표로 이어질 것으로만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면 이렇게 해도 무방하겠으나, 꼭 표의 숫자에서 어느 쪽이 많이 땄는가만이 선거로 대변되는 민주정치의 모든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이런 공급의 방식은 실핏줄처럼 퍼진 지방 곳곳에서 오매불망 책을 기다릴 지방 독자층, 온라인판매를 통해 책을 사는 게 서툰 시니어 세대 등은 아예 무시하자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오해를 산다면 책을 안 내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그렇잖아도 대기업 중심 트리클 다운(낙수효과) 방식이 주를 이루는 경제정책에 물렸다는 시민들이 많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행보를 보였던 많은 실세들이 영어의 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책의 저자는 의사라는 그야말로 중심적인 지위를 스스로 접고 척박한 우리 IT계에서 스스로 ‘몸을 갈아가면서’ 일가를 이루고 한국 컴퓨터백신의 기틀을 잡은 인물이라 현재 이 같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의 책이 대기업식 밀어내기라든지 물량공세, 공급자 중심의 논리로 범벅이 돼 유통되어서야 코미디라 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김영사가 소문 확산이 거의 없이 빠르게 책을 펴 낼 수 있었던 ‘전격적이고도 비밀리에 일을 마친’ 인쇄와 제본 방식을 놓고도 비밀리에 뭔 방식을 쓴 건지 출판가에서 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이렇게 비밀주의와 대기업 논리가 숨쉬는 출판과 유통으로 생각을 잘 알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