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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재조정, '대공황기 30년 고정금리 대출' 배워야

프리워크아웃 등 주목…DTI논란 등 전체적구조에서 함께 논해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27 16: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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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채무재조정에 관한 관심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그리스가 지난 번 채무재조정에도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면서 2차 채무재조정을 원하고 있다는 외신이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프리워크아웃 즉 사전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논의된 바에 따르면, 서민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를 연 3조원에서 4조원으로 1조원 가량 확대하고 다중채무자의 연체 부담을 덜어줄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가계부채의 연착륙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춰 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제도로,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런 부실한 단기 연체자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예방하지 못한 점을 한 축으로 해 일어났다는 반성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도덕적 해이 의문 불구하고 효과는 재정정책보다 탁월 기대감

한국개발원(KDI) 신형섭 전문연구원은 최근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기침체기 악화 요인이자 회복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표에서 보듯, 한국은 가계부채의 증가율과 소비갭(가계소비 추정치-실제 가계소비와의 차이값)에서 상당히 부채에 끌려가면서 경기가 나빠지는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현재 애그플레이션(농작물 가격으로 촉발되는 물가 불안 현상) 우려가 높고 가계부채의 총합은 좀처럼 큰 폭으로 정리해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연구는 특히 시사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한국의 가계부채는 현재 채무재조정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거시적인 부양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그보다 채무재조정 프로그램 실행이 효과적임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헝가리나 콜롬비아와 같이 금융 부문과 협의 없이 당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피해를 금융권에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형태의 채무재조정은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 연구원은 "아이슬랜드와 대공황 당시 미국은 대중과의 명확한 소통을 통해 종합 계획을 수립, 참여 유인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상자 선정에 주의 깊은 설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실러 교수 "30년 고정금리 대출 등 새 제도 고안 필요"

다만 이번 채무재조정 문제가 단기 연체자의 관리와 고식적인 해법 제시, 가계부채 거품이 터질 시간을 지연하는 등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이 채무재조정 논의를 △기존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사실상 별개로 풀려는 당국의 의중과는 달리 현재 조성돼 있는 가계부채 중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재조정해 주는 문제에 메스를 대는 점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KDI 송인호 연구위원은 26일 부동산시장 동향분석에 게재한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DTI, LTV 규제는 거시경제,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연구위원은 1분기 주택시장 동향에 대해 "실질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비수도권의 상승률도 둔화됐다"며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우리나라 주택가격과 미국 등 외국 주택가격이 동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인데 이에 부연해 송 연구위원은 "국외 주요국가의 주택가격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악화나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 우리가 DTI를 완화한다고 해서 확실히 새롭게 수요가 발생한다는 효과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이니 현재의 가계부채가 커지는 데 일정한 저지선 역할을 해 온 DTI 등 규제를 풀면서, 다른 쪽에서는 채무재조정을 하는 쪽으로 조정을 하는 것은 적당한 해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는 지난 연초 열린 미국 경제학회에서 예일대학교 로버트 실러 교수가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 혁신의 예로 제기한 '지속적인 워크아웃 모기지'를 참조하는 게 유익할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실업률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워크아웃(채무재조정)을 시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기지를 개발하자는 것이 실러 교수의 주장이다. 실러 교수는 또한 "30년짜리 장기 고정금리 대출도 대공황 당시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루스벨트 행정부가 고안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 소유주들이 위기를 헤쳐나가게 하기 위해 이런 금융상품을 다시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는 DTI 완화 문제가 오히려 중산층이나 서민층보다는 그 이상의 층에서 투기 수요를 유발하는 쪽으로 혜택이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사는 것과 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새로운 수요를 위한 DTI 완화 추진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실수요자에 해당하는 혹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확률이 높은 모기지 부분을 떼어내 모기지 기간을 새롭게 연장해 주는 등으로 채무재조정 초점을 두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실러 교수는 "이런 혁신이 바로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금융 혁신"이라고 강조했는데, 채무재조정이 다각도로 여러 측면에서 민간과 관, 혹은 공공기구 등을 통해 추진되는 와중에 하우스푸어 같은 큰 이슈이자 상대적 약자층 문제를 함께 다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필요가 크다. 예산 등 논란의 없을 수 없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실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