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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맥도날드의 ‘도전 60초’ 걱정스러운 이유

백혜정 기자 기자  2012.07.27 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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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초고속 인터넷망, 전쟁 후 회복, 저출산·고령화, LTE 대중화… 이 종목에서 우리나라만큼 빠른 나라가 또 있을까?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엔 최근 또 하나의 기록적인 ‘속도 아이템’이 등장했다. 다름 아닌 햄버거다. 맥도날드는 런던올림픽에 즈음해 ‘도전 60초 서비스’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주문 후 60초 안에 제품을 고객 손에 쥐어준다는 놀라운 ‘속도 게임’이다.

오는 8월15일까지 이어지는 이 이벤트가 진행되는 시간은 점심·저녁 피크타임 중 한 시간씩. 점심·저녁시간에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짐작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간대에 이런 이벤트가 열릴 경우 주방이 얼마나 분주해질지 말이다.

맥도날드는 보통 때도 주문 후 제품이 나오기까지 평균 60초가 걸리니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별 문제 없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주문한 고객이 모래시계를 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 1초라도 늦으면 무료쿠폰을 제공해야 하는데 평소 60초가 걸린다 하더라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안은 채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청소년이 많은데, 이들이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할지도 걱정스럽다. 몇 년째 매일 일하는 직원과 학교 끝나고 잠깐 일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숙련도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시간제한을 내세운 프로모션이 사회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피자배달이 대표적이다. 몇 해 전 피자헛은 30분 안에 피자가 고객 손에 닿지 않으면 공짜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세웠다. 처음엔 고객 반응이 좋았다. 내심 피자가 늦게 오길 바라는 마음에 피자 배달을 주문하는 소비자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생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피자헛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시민단체까지 나선 뒤에야 이 이벤트는 중단했다.
 
60초 햄버거의 경우 이처럼 극단적으로 위험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시간제한을 두고 음식을 만들어내다 보면 아무래도 제품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맥도날드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얼마 전엔 빵이 올라갈 자리에 햄버거 패티가 올라간 사진이 공개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급히 제품을 제공하려다 비롯된 일 일 게다. 
 
실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해본 경험을 떠올려 볼 때, 이런 이벤트는 위생 면에서도 좋을 게 없다. 가뜩이나 여름인데 ‘빨리빨리’를 외치다보면 재료가 덜 익혀진 채 나간다거나, 시간에 쫓겨 허둥대다가 재료가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다. 또 많은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다 보면 별별 비위생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제대로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음식에 손을 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뜨거운 것에 손을 대거나 도구에 손을 다칠 위험도 있다. 

   
 
맥도날드의 입장대로 평소에도 햄버거가 나오는데 평균 60초 정도 걸린다면, 굳이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초긴장상태로 만드는 ‘60초 이벤트’를 해야만 할까? 위생 면에서도 썩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이런 게임을 꼭 해야 할까?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패스트푸드’라는 본연의 의미에 걸맞게 보다 ‘빠른 음식’으로 고객에게 다가선다는 정도로 이해는 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이 게임은 여러모로 거두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