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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울음, 그 뒤의 가벼움에 대해

이지현 코치 기자  2012.07.27 14: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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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혹시 기억할만한 울음을 울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언제 그렇게 울어보셨습니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음,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이 복받치는 울음…, 그런 울음 말입니다.

지난 주 코칭교육 중 실습을 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코칭고객을 섭외해서 코칭을 했답니다.

코칭을 시작한지 10분쯤 흘렀을까요, 전화기를 통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동안 고객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울음을 참는 듯한, 코를 훌쩍 거리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로 울컥했습니다.

‘이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리고 이 말을 하고 나서 느껴진 감정이 얼마나 진했을까….’

고객과 저 사이에 공명이 일어난 것이죠. 코칭 후 그 분은 “코칭을 받다가 울기도 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내가 그렇게 되다니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가벼워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 그 말을 듣고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하나는 그 분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줬다는 뿌듯함,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현실의 삭막함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성장을 한 나라입니다. ‘빨리 빨리’ 한 단어로 대변되는 속도감, 느려지면 경쟁에서 탈락한다는 위기감이 일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숨 막히는 일상입니다. 그 속에서 개인은 자의반타의반으로 두꺼운 갑옷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약한 개인이 험한 세상을 견디어 내기 위한 생존 수단입니다. 단단한 갑옷 속에서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은 뒷전입니다. 감정은 두꺼운 갑옷 속에 감추고 늘 화려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에서 잘 살기 위해 감정이나 느낌은 철저히 외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아무리 좌뇌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생활을 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 감정에 좌우되는 우뇌가 작동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감정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기다립니다.

코칭 중에 눈물을 흘리는 이가 많은 이유는 코칭이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감정의 문을 건드리기 때문일 겁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들키기 싫어서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이 드러난 것입니다.

처음으로 제 감정을 깨우쳤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순간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속에 그렇게 많은 감정들이 있었음을 아는 순간, 한꺼번에 몰려오는 감정의 파도는 그 크기와 높이가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지자 정말로 이 세상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속에 있는 감정도 모른 채하고 살아왔던 제가 참 불쌍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감정을 어떻게 외면하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오후 내내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는 과거처럼 차가운 갑옷 속에 숨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자신의 감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설령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감정을 알게 된다고 해도 찾아낸 감정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는 과거의 목석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이미 내 속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한번 자신의 감정을 만나보십시오. 사회가 강요하는 갑옷을 벗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보세요. 그리고 눈물을 흘려보세요. 눈물과 함께 켜켜이 쌓여있던 무거운 감정을 흘러내 버리세요. 세상살이가 조금은 가벼워질 겁니다.

감정을 어떻게 찾을 수 있냐구요? 코치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세요.

이지현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LG CNS 부장 / 인력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