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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하고 싶은 일과 행복한 삶

장중구 코치 기자  2012.07.26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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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는 3월 세대다. 일제에 대한 항거와 독립이 시대적 과업이자 개인의 삶에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과제였다. 아버지는 4월 세대다. 해방과 6·25동란을 거치는 혼란의 시기 에 척박한 대한민국 땅에도 민주주의가 싹트기 시작했고, 4·19 혁명과 함께 못다 핀 꽃 같은 꿈을 안고 살았다.

나는 5월 세대다. 폭풍과도 같았던 5·18 민주화 운동의 상흔이 청춘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내 자녀는 6월 세대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남과 북은 공동 운명체로 묶여 있으며, 6·15 공동성명은 남북의 젊은 세대 공동의 과제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부른다. 양극화 시대와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국가적 아젠다가 없는 것이 삶의 짐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는 말이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금과옥조처럼 되었다.

지난 2주 동안 한 대학 신입생과의 코칭대화를 통해서 나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 그리고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6년 동안 그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다고 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를 포함한 온 가족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입준비를 하였고, 다행히도 그는 목표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현재, 그 학생은 마음이 공허하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긴 한데, 솔직히 내 자신이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려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대학에 입학을 위해 그래 왔듯이, 대학생이 된 후에도 자신 앞에 놓인 삶을 또 하나의 문제 혹은 과제로만 인식하고 남들보다 빨리 정답을 찾기 위해 골몰하지나 않을지 우려가 되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게.”

코칭이란,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을 자신 안에서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코치(coach)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코치이(coachee)로 하여금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게 하는 질문이다.

그 다음 코치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이 학생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정체성 파악에 앞서서 이미 ‘행복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서 얻어 진다’라는 명제를 믿고 있었기에 코치이가 믿고 있는 명제에 대한 검증을 위한 질문을 하였다.

일주일 후에 만난 그 학생은 약속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나는 그가 열거하는 이름을 듣는 순간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행복’이라고 말하면 ‘풍요’와 ‘편안함’과 ‘안정’을 생각하기 십상인데 그가 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거나 자신을 희생하여 봉사의 삶을 살았던 사람, 그리고 안정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사람들은 무심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행복’을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서 거기다가 행복까지 누릴 수 있겠는가? 순전히 취향 때문이든, 정치적 이념 때문이든, 종교적 신념 때문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할 때는 순경보다 역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나의 코치이가 꼽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던 사람들 중에는 앨버트 슈바이처(1875~1965) 박사와 터레사(190~1997) 수녀 같은 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분들이 일반인의 관점에서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만일 누구든 그분들과 같은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행복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일단 남들보다 나은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하고 나서, 남들이 인정해주는 좋은 배우자를 얻고 나서…, 그리고 그다음은 무엇을 하면 행복하겠는가?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선택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난다. 살아가면서 이것만큼은 꼭 해보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더 나은 것을 선택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소망으로 오해할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망을 이루거나 행복을 얻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다”(에이나외버렝겟, 행복은 철학이다, 꽃삽, 2009.5.15)

장중구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 공학박사 / 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