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수입차 시장에선 디젤엔진이 대세다.
몇 해전 중저가 브랜드에서 시작된 디젤엔진 열풍이 이젠 최고급 럭서리 브랜드까지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가장 큰 단점은 ‘소음’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디젤엔진 장착 차량들 중 상당수도 차 안에 있을 때는 디젤차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조용하지만 차문만 열면 이내 소음은 현실이 된다. 그저 유류비 절감을 생각하고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차 안에서든, 밖에서든 ‘디젤차’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가 있었다. 바로 ‘재규어 S타입 2.7D’다.
이 차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주유소에 갔을 때 주유원이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라는 재규어 관계자의 말이 실감날 정도다.
컴팩트 그라파이트 철제 구조(CGI) 도입, 피에조(Piezo) 연료 분사 장치를 이용한 커먼레일 연료 분사 시스템 적용, 다른 엔진에 비해 훨씬 낮은 17.3대 1의 압축비 채택 등 디젤엔진의 멍에를 벗겨내려는 재규어의 노력이 눈물겹다.
전체적인 외양은 기품이 넘친다.
20세기 초 클래식 세단의 고고함을 21세기식 세련미로 재해석해 색다른 매력을 이끌어냈다.
좌우 2개씩 모두 4개의 원형 헤드라이트와 메탈 소재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본닛 맨 앞에 부착된 ‘달리는 재규어’ 엠블럼 등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영국의 명차’임을 뽐낸다.
차 뒤에 부착된 2.7D라는 마크에서 ‘D’자를 보지 않고는 겉모습으로는 디젤모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실내 역시 중후한 우드(Wood)와 부드러운 천연가죽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졌다.
손이 주로 닿는 곳이 대부분 플라스틱이 아니라 가죽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이 차의 격조를 말해준다.
도로에서 가솔린 차들과 경쟁하면 어떨까.
힘이야 강하겠지만 가속 성능만큼은 힘들 것이라는 선입관을 품고 주말 심야 시간대 튜닝 카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분당-수서간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재규어 S타입 2.7D는 예상을 깨고 가벼운듯하면서도 적당히 무게 있는 주행으로 도로를 서서히 장악해나갔다.
2.7L AJD-V6 디젤엔진이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44.4 Kg.m 제로백 8.6초의 넘치는 힘을 뿜어낼 때마다 나름대로 출력을 한껏 키워놓은 튜닝 카들은 하나 둘 뒤쳐져갔다.
특히 ‘J게이트’ 방식을 채택한 이 차의 6단 자동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서 시프트 업이나 다운을 할 때 원하는 기어 위치로 곧바로 옮길 수 있어 남보다 빠른 변속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드와 가죽이 적절히 사용된 스티어링 휠의 그립 감도 만족스러웠다.
고급 차들이 앞다퉈 채택하는 우드 소재 스티어링 휠은 잡을 때의 느낌은 산뜻하지만 딱딱하기 때문에 꽉 잡고 운전하다 보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하지만 이 차는 스티어링 휠의 양 손 엄지 손가락이 걸쳐지는 부위를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 잡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디젤모델이라고 다소 깔봤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EBA(비상 제동 보조장치) DSC(주행 안정 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는 물론 동급 차량에서 보기 드문 터치 스크린 방식 6CD 체인저 오디오 시스템, 손가락 하나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거나 해제할 수 있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전.후방 주차 감지 센서 ,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전자 감응식 광도 조절 미러 등 편의 장치들도 여느 동급 가솔린 모델 보다 탁월하다.
아메리카 대륙 최강의 맹수 ‘재규어’라는 이름에 걸맞는 역동적인 주행을 끝내자 이 차는 다시 점잖은 ‘신사’로 돌아왔다.
그래서 기자는 이 차에게 ‘영국 신사’라는 별명을 붙이기로 했다.
잠시 정차했을 때 차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작은 엔진 소리. 남을 배려하는 신사도(紳士道)가 살아있는 차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 차의 오너들이 디젤모델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크게 자랑하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69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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