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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 "금융명가 살릴 3대 묘책 있다"

'단순·집중·신뢰' 세 가지 철칙으로 위기 탈출 다짐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25 1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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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만에 화려한 복귀다. 하지만 해결할 과제와 책임의 무게는 엄청나다. 2년간의 야인 생활을 마치고 KDB대우증권(006800·이하 대우증권)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기범(56) 사장의 얘기다. 최근 증권업계가 사상 유래 없는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가운데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대형사들마저 대규모 인원감축 단행 등 살림살이 줄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맏형’격인 대우증권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시급한 상황. 취임 3주차를 맞은 김 사장의 경영 역량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김 사장이 내놓은 묘수는 3가지. Simple(단순)·Focus(집중)·Trust(신뢰)다.

◆“국내시장 경쟁은 무의미, 해외로 간다”

대우증권 런던법인 사장과 국제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업계서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통했던 만큼 김 사장의 위기 돌파 묘수는 해외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 63빌딩에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진 김 사장은 기자들과 대화 내내 해외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김 사장은 “국내에는 이미 60여개나 되는 금융투자회사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됐지만 지금이 오히려 시장을 공략할 적기라는 것.

   
 
그는 “국내에서 대우증권이 대형사로 통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리도 중소형사”라며 “그러나 최근 금융위기로 글로벌 대형사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김 사장의 해외시장 공략법은 지역별 차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동산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관련 PI(자기자본 직접투자)와 PE(사모펀드)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유럽은 최근 각국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이들이 시장에 쏟아내는 실물자산이나 인수금융(LBO·Leveraged Buy-Out) 부문에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에서는 기존 브로커리지와 IB업무를 기본으로 PI 및 PE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아시아권 금융의 중심인 홍콩을 국제 금융 헤드쿼터로 삼아 해외진출에 속도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 같은 해외 공략을 통해 현재 4% 수준에 불과한 해외수익 비중을 오는 2015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든든한 원군, 산업은행과 동행할 것”

최근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해외 영업에서 잇달아 부진한 실적을 낸 것과 관련해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우증권의 자신감에는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 국책은행격인 KDB산업은행과의 합작 시너지다. 민영화 정책에 따라 대우증권과 함께 KDB산은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산업은행은 높은 신용도와 M&A 부문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공인된 기관이다.

김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해외 네트워크에 강한 KDB금융그룹, 특히 신용도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M&A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산업은행과의 공동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그의 구상은 산업은행과 함께 현지 시장에 진출해 PI/PE 투자와 은행을 통한 대출을 주선하고 금융 계열사 상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등 이종시장 간의 교차판매(Cross-selling) 전략이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산은금융지주 자회사들과 업무 협력을 위한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그룹 소속원들이 부서나 자회사에 상관없이 본인의 업무 관련 내용을 클라우드 시스템에 보고하면 다른 부서원들이 이를 업무에 활용해 업무 제휴 강도를 높이는 식이다.

◆“저소득층 부채관리도 증권사 임무”

국내 주식시장이 최악의 가뭄을 맞은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김 사장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뿐 아니라 중산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부채관리도 증권사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중산층의 저소득층 몰락이 우려되는 만큼 이들에게 체계적인 부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자산관리 영역으로 선순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금융투자업계가 살아나려면 고객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풍부해야 한다”며 “최근 상황은 투자손실이 크고 가계부채가 많아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자산관리보다는 부채관리가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기업이 혼자서 이 같은 역할을 도맡는 것은 무리겠지만 영국의 사례처럼 민간 금융투자회사가 정부와 손잡고 부채관리에서 자산관리 영역으로 투자자들을 인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금융투자회사의 사회적 책임은 이 같은 영역에서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시장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보호와 수익률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은 만큼 대우증권은 시장 상황에 맞춘 단순화한 상품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를 단순(Simple)·Focus(집중)·Trust(신뢰)의 3가지 슬로건으로 정리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보호와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공모 펀드수가 4000개에 달할 만큼 상품이 과도하게 많아 고객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품 라인업을 단순화(simple)하고 핵심 상품군을 선별해 고객 유형에 따라 권유(focus)해 고객의 선택을 돕는 한편 수익률이 부진한 상품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 교체 등 철저한 사후관리(trust)를 제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조직의 수평적 소통과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앞서 ‘명가재건’을 목표로 5대 혁신경영운동을 선포한 바 있다. △KDB대우인의 잠재력을 도출하기 위한 ‘비전경영’ △실기(失機·잘못된 틀)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속도경영’ △주주가치를 우선하는 ‘수익경영’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는 ‘글로벌경영’ △변화하는 시장에서 승리하는 ‘액티브경영’ 등이 그것이다.

그는 “모든 임직원이 비전을 공유하고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한 방향으로 나갈 때 우리의 비전인 ‘아시아 Pioneer IB’를 실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수평적 소통문화와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바탕으로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