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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 ‘8월의 저주’ 또 덮치나

개장 직후 1760선 밀리며 연중 최저치 ‘불안감 가중’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25 13: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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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5일 코스피 지수가 개장 직후 30포인트 이상 급락, 1760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전일 스페인 국채금리가 7.6%대까지 치솟았고 그리스가 추가 채무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불안감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더해 국내 관련 업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주식시장에 일명 ‘8월의 저주’가 맹위를 떨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월의 저주’는 세계 경제, 금융사(史)에서 기록적인 위기 상황이 8월부터 불거졌다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특히 1929년 미국 대공황과 1997년 한국의 IMF 구제금융 사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굵직한 경제 위기가 모두 8월에 집중된 것. 올해도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며 세계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대공황부터 그리스 위기까지 “8월에 몰렸다”

‘8월의 저주’ 시작은 1929년 미국 대공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RB의 재할인율 인상 등 통화긴축 단행으로 미국 상업은행은 8000만 달러에 이르는 예금 지급을 감수했고 이는 같은 해 10월 증시 붕괴로 이어졌다.

1997년 불거진 아시아 통화 급락 사태도 마찬가지다. 태국이 고정환율제 포기를 선언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추락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우리나라는 같은 해 12월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에 이른다.

2008년 8월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도 대표적인 ‘8월의 저주’ 사례다. 이는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져 글로벌 재정위기의 단초가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그리스발 재정위기에 밀려 국내증시가 대폭락했다. 작년 8월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1.57포인트 급락하며 사이트카(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1년째 유로존 전체 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고민거리가 됐다.

◆“저주라는 말 자체가 공포감 조장”

증시 전문가들은 ‘8월의 저주’가 사실보다는 형체가 없는 공포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상승 모멘텀을 찾으려 매달리는 것처럼 비관적인 징크스에 휘둘리는 경향도 크다는 얘기다.

한양증권(001750) 송창성 연구원은 “과거 8월에 유독 증시폭락과 관련한 리스크가 많았지만 ‘8월의 저주’는 징크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저주’라는 말 자체가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조장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이 기본적인 팩트(사실)보다 보이지 않는 배경에 기대는 바람에 주가 폭락을 부채질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8월의 저주’는 불안감이 만든 악의적 징크스지만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유로존 재정위기 상황이 악화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이 반등할 재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주가 부진은 징크스가 아닌 실체적인 리스크 탓이라는 얘기다.

삼성증권(016360) 곽중보 연구원은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만한 대책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국내 기업의 이익감소 가능성을 모두 감안하면 코스피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곽 연구원은 “더구나 돌발악재로 1780선이 무너질 경우 실망매물과 기계적 손절매로 코스피가 추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금 비중확대를 기본 전략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003540) 오승훈 연구원은 “스페인의 추가 구제금융이 현실이 될 경우 시장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며 “충격 이후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스페인 구제금융의 형태와 국채시장 안정에 달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