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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겹겹 악재에 '내 코가 석자'

추가하락 없을 정도 바닥국면이지만 구조조정 이슈까지 거론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7.25 12: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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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나쁘다, 최악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을까…" 1998년 IMF와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불황은 현재 업황 침체에 대비한 사전연습 정도라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CD금리조작 이슈와 코스피 1800선 붕괴 악재까지 중복되며 우리 증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묵다 못해 삭아버린 유로존 리스크는 스페인 중심의 우려로 양상을 달리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부진도 여전해 도무지 숨 쉴 구멍을 찾기 힘들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의 지지선인 1780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단기 지지선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진단까지 내놓으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세에도 지금 우리 금융투자업계, 특히나 증권사는 증시 제반여건에 주의를 기울일 형편이 못된다. 당장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매매거래 규모 회복은 물론 1분기 실적전망도 어닝쇼크에 이를 만큼 좋지 않아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형국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평균거래대금은 6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전년동기 대비 각각 26.1%, 31.4% 감소했다. 이는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최근 1년 일거래대금 평균 9조원과 5년 평균 7조9000억원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한 1분기 시가총액 회전율 역시 131.5%로, 평균 200% 내외를 유지했던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객예탁금도 전분기말 18조2000억원에 비해 6.5% 줄어든 17조원으로 파악됐다.

   
2000년 이후 일평균거래대금 및 시가총액회전율, 한국거래소·신한금융투자 제공.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일평균거래대금은 증시 시가총액 성장과 함께 볼륨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실제 자금회전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시총 회전율 지표를 살피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012 회계연도 국내 주요 증권사 1분기(4~6월)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위축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이 94.49%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고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등도 60% 이상 영업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형 증권사 상당수는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적부진 전망을 뒷받침하듯 최근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 인력 감축 등 긴축경영도 여느 때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여개 영업점을, 메리츠종금증권은 12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으며 LIG투자증권 2곳, HMC투자증권은 1곳의 문을 닫을 계획이다. 토러스증권은 고정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달 6일부터 무점포 체제로 전환한다.

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광범위한 규제와 더불어 수수료율 하락과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와 같은 수익력 둔화에 대응한 비용절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판관비 감축 추이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 1년간 지점 통폐합 트렌드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소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실적 악재는 지난해부터 예상됐던 터라 지점 통폐합을 시발점으로 인력 감축도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이미 알려진 리서치센터 축소는 통상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황이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돼 추가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위안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영업흐름의 빠른 체감이 가능한 업종 속성상 기록적인 1분기 영업부진 악재는 상당 부분 주가에 녹아 있어, 8월 이후 발표되는 1분기 실적 결과가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 연구원은 "대내외 금융변수에 민감히 반응하는 국면에서 가격만 앞세운 유인책의 강도가 약하지만, 바닥권의 선취매 성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주가는 본격적인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에 앞서 작은 긍정적 신호만으로도 움직인다는 점을 상기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