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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사단 예비군중대, 방과후 교실 '눈길'

고흥 포두중학교에서 수학.한문 교실 운영

장철호 기자 기자  2012.07.25 09: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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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사단 고흥군 포두면대 김봉수 예비군중대장의 강의 모습.

[프라임경제] “김 상병, 서 일병, 빨리 업무 정리하자. 이러다 늦겠어”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예비군중대의 사무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예비군중대장이 상근예비역 2명을 재촉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인근에 있는 중학교. 오늘은 이 예비군중대가 운영하고 있는 ‘방과 후 교실’이 있는 날이다.

도시와 농어촌의 학력 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향토방위의 파수꾼인 예비군중대가 시골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보탬이 되고자‘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퇴근 이후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예비군중대장과 상근예비역이 개인시간을 희생해 교육기부 운동을 펼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육군 31사단 예하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예비군중대 김봉수 예비군중대장과 상근예비역 김진화(22세, 송원대 간호학과 1년 수료) 상병, 서승우(22세, 전남대 통계학과 1년 수료) 일병이 그 주인공.

포두면 예비군중대는 지난 4월 2일 인근에 있는 포두중학교에 방과 후 교실을 개설, 매주 월․화․목요일에 오후 6시 10분부터 1시간씩 1․2학년 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수학과 한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화요일 : 수학, 목요일 : 수학․한문)

이는 지난 1월 취임한 김봉수 예비군중대장이 우연한 기회에 포두중학교장으로부터 시골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특히,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기초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결심한 것. 유년시절 농구선수를 꿈꾸다 학업을 등한시 탓에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하위권을 맴돌았던 아픈 기억이 김봉수 예비군중대장을 움직였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 상병과 서 일병도‘고향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면서 흔쾌히 동참의 뜻을 밝혔다. 포두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김진화 상병은 제 일처럼 기뻐했고, 군 입대 후 아버지가 목사로 계신 교회에서 주말을 이용해 수학 과외를 하고 있는 서 일병 또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첫 수업에서 학생들의 기초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 상병과 서 일병은 초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구해 수학의 개념부터 원리까지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 교육을 진행,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포두중학교 1학년 정예진(14) 학생은 지난 4월 중간고사 때 보다 수학성적이 무려 32점이나 오르는 등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기존 읍내 사설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 4명이 학원을 그만두고 방과 후 교실로 합류하기도 했다.

이 소식이 고흥군에 전해지자 지난 7월 2일 박병종 고흥군수가 김진화 상병에게 표창을 직접 수여하는 등 31사단과 포두면 예비군중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진화 상병은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흥미를 보이면서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일처럼 행복하고 뿌듯했다.”면서,“우리가 전역한 후에도 이러한 좋은 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성균 포두중학교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중학교 기초학습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방과 후 교실이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며“퇴근 이후 여가 시간을 희생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포두면 예비군중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봉수 예비군중대장은 “아이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안타까웠다”면서“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활력소가 되어 보다 많은 분들이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 예비군중대장은‘방과 후 교실’과는 별도로 매주 수요일 초․중․고등학생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문교실을 8월부터 면대본부 2층에서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