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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SUPEX 추구는 새벽 별 보기 운동

[제40강] 글로벌리제이션과 수펙스 추구3

허달 코치 기자  2012.07.24 14: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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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은 다가오고, SKMS 적용의 단기적 효과는 아무래도 미진하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부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학계(學界)의 내로라하는 교수들, 특히 인사, 조직을 전공한 교수들을 모셨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당시 유수한 대학에서 이 과목들을 맡아 가르치시던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SKMS 모른다는 교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만나면 대학에 있었던 가까운 친구들은 이렇게 회고한다.
 
“그때는 참 재미는 있었는데… 선경 돈 받아 새로운 공부도 하고…, 그런데 선경 돈은 그게 거저가 아니더라니까. 가시가 있더라고…. 통상 다른 회사에서 따온 프로젝트는 적당히 전에 써 논 논문 이것저것 주제에 맞게 재편집해 주어도 상관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그런 줄 알고 맡았는데, 이건 회장이 직접 체크 하는 판이니 적당히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어쨌거나 이분들이 고생들도 많이 했고 또 크게 공헌도 했다. 여러 교수들이 지적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윤곽이 드러났다. SKMS가 좋긴 좋은데 부족한 점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무엇일까?

‘Challenge’와 ‘Speed’

대부분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한 교수들이니, 경영용어도 영어를 쓸 밖에. 이 두 가지 요소가 부족하다 보니 SKMS가 마치 경영자의 수신(修身) 교과서 같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신 교과서여서 나쁠 것은 없지만 성과(成果)와의 직결 여부는 아무래도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보완해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여러분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SUPEX 추구’다.

Supex 추구의 정의

SUPEX 추구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SUPEX를 찾아서 목표치를 정하고 그 목표달성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1. SUPEX란 ‘Super Excellent 수준’을 말하며 인간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다.

가. 이론적 절대치를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대치를 Super Excellent 수준으로 한다.

나. 이론적 절대치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 이상의 수준이 없는가를 따져,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라는 의미에 가장 충실한 수준을 찾는다.

2. 목표 달성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한다는 것은 SUPEX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꾸준하게 이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3. SUPEX 추구를 하게 되면 구성원 모두가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게 되며 구성원과 조직의 동적요소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회사의 경영성과 창출에 크게 공헌하게 된다.  

4. SUPEX 추구를 위하여는

가. SUPEX 추구의 대상이 되는 경영 상 중요한 과제를 정한다.

나. 일처리 5단계에 따라 KFS를 선정하고 그 목표 수준을 SUPEX로 정한다.

다. MPR/S/T 조직운영을 통하여 전 조직의 힘을 집중시키고 리더의 리더십을 지원하고 향상시킨다.

라. SUPEX 추구를 통해 증가된 이익은 Profit Sharing 개념에 입각한 시상제도를 통하여 구성원과 공유한다.

1985년쯤으로 기억된다. 서울 수유리에 있는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최초의 파일럿 세미나(Pilot Seminar)를 가졌다. 위와 같이 잘 정리된 정의도 없었고 최초 시안을 가지고 개최한 세미나였는데, 모두들 쑤군쑤군 했었다.

“이게 또 뭐냐? SKMS만 가지고도 죽을 판인데 이 신종 SUPEX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날벼락인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추구한다니 도대체 이게 정신 운동인가, 실제적인 결과를 얻겠다는 실천 도구인가?”
 
파일럿 할 때 내 옆에 앉아 있던 그룹 사(社) 부장 하나는 어렸을 때 할아버님 밑에서 회초리 맞아가며 한학(漢學) 공부한 친구였는데 자기 감상을 노트에 이렇게 점잖게 적어 보여 주었다.

格物 致知 誠意 正心: SUPEX 추구

修身 濟家 治社: SKMS

공자의 ‘대학(大學)’에 나오는 글을 이른 바 패러디 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마지막 부분이 ‘치국 평천하(治國 平天下)’ 이렇게 거창하게 끝나는 것을 이 친구는 치사(治社)라고 축소 표현하였던 것이다.

   
1991년 SK에너지 울산 콤플렉스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최종현 회장 모습(맨왼쪽).
그러나 최종현 회장의 대원(大願)은 그보다 훨씬 커서 ‘SKMS/SUPEX 추구’를 써서 SK를 세계일류의 기업을 만들 뿐 아니라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를 21세기 세계 일등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기업경영에서 얻은 SUPRX 추구 경험을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의 국가경영에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를 일등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에 같은 제목의 책자를, 당신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그 싫어하던 돋보기 끼고서 원고지에 집필하고 있었을 것이다.(최종현 저 ‘21세기에 일등국가가 되는 길’ 참조)

이렇게 보니까, 초기의 개발과정에서 SUPEX 추구라는 것이 새벽 별 보기운동, 천리마운동 같은 정신운동처럼 보였던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1989년에 이 제도가 드디어 도입되고, 1990년 초부터 회장께서 각 사별로 SUPEX 추구 보고를 받겠다고 선포하니까 야단이 났었다.

도무지 무얼 하겠다는 건지 개념을 잡지 못 하겠다는 것이 한결 같은 푸념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회장 당신도 ‘이렇게 해’라고 쥐어 줄 수가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아니면 요즘에야 겨우 필자가 배워 깨친 코칭의 방법을 선각자의 성찰로 이미 깨쳐서, 알고 있는 답도 이를 쥐어주지 않았던 것일지?

그룹 사 사장들이 짜오는 SUPEX 추구 계획서라는 것을 보면 이게 아닌 것응 분명했지만, ‘그러니 이렇게 해라’라고 고쳐주면 또 그것으로 고착(固着)될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회사단위 SUPEX 추구 계획이 각 사(社)별로 회장실에 브리핑 될 때마다 계속 무참하게 깨졌다는 비보(悲報)만이 날아들었다. 최종현 회장이 아무 해답도 주지 않은 채 도리 머리를 흔들었던 것이었다.

필자가 당시 경영을 맡고 있던 회사, 유공옥시케미칼(지금의 SKC 화학사업부문)은 1992년 까지 미국 회사와의 합작회사라서 그룹의 SUPEX 추구 대상에서 빠져 있었는데 1992년 미국 측 주주가 철수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서너 바퀴 뒤져 스타트 라인을 출발해서 SUPEX 추구 트랙 경기 대열에 합류할 수 밖엔 없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역경(逆境)은 늘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여건이 ‘Challenge’가 되었고, 늦었다는 상황이 ‘Speed’를 간절하게 의식하도록 해주었다. 특히 공장장을 맡고 있던 임원의 솔선수범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루어진 SUPEX 추구 성과를 모아 그룹 사 중 맨 마지막으로 사단위(社單位) SUPEX 추구 보고를 회장에게 하게 되었다. 1993년 11월에 있었던 이 보고를 할 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직도 사단위 보고야? 사단위 보고는 재미없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최 회장의 실망스러운 코멘트를 받고 시작한 브리핑이었다.

“우리 회사는 세 가지 SUPEX 추구를 한꺼번에 합니다”하고 필자가 다소 오기 섞인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더니 “뭐 세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점차 회장이 보고 내용에 빨려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장장 한 시간 반에 걸친 보고를 끝냈을 때였다. 최 회장이 여러 참석자의 조마조마 하는 시선을 비껴 천정을 잠시 응시하면서 뜸을 들이는 것이 길게 느껴졌었다. 한 삼십 초 쯤, 그러나 5분은 족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긴 침묵, 그러더니 무릎을 탁 치는 소리가 났다.

“맞아! 이렇게 하는 거야. 사단위 SUPEX 추구란!”

필자가 직접 보고자가 되어서 한 보고여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이 보고는 최종현 회장에 의해 회사단위 SUPEX 추구의 모델로 선정되고 소위 ‘상품별’, ‘사업별’, ‘Issue(과제)별’ SUPEX의 동시 추구라는 사단위 SUPEX 추구의 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뜻 깊은 브리핑이 되었다.

이후 필자의 회사는 ‘회장의 기쁨조’라는 다소 비아냥섞인 찬사를 들으며 그룹의 SUPEX 챔피언 회사로서, SUPEX 추구의 새로운 역사를 성공체험으로 엮어 가는 추진핵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후 성공체험(成功體驗)이 공장과 본사 여기저기서 간단(間斷)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SUPEX 추구가 SKMS의 더 없이 훌륭한 실천 도구(實踐道具)이며, 과거부터 실행해왔던 ‘캔미팅’과 결부되어 강력한 이윤극대화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SKMS의 동적요소관리를 통하여 조직과 구성원의 바탕이 이루어지고, SUPEX 추구 활동을 통해 자발적, 의욕적 두뇌활용이 실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높은 목표를 세움으로써 해결하기 힘든 커다란 장애요인을 찾아내게 되고, 이에 패기로 도전하여 창의력과 시너지의 융합(Fusion)에너지를 창출함으로써 패러다임 전환에 의해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과정이 곧 SUPEX 추구 활동인 것이다.

이로써 기업에 대하여는 그 과실인 이윤극대화를, 구성원에게는 이윤의 배분에서 오는 금전적 보상과 함께 두뇌활용의 체험으로부터 오는 관리역량의 향상, 자신감, 성취감을 만끽하게 한다. 이에 당연히 따르는 결과로서, 의욕, 관리역량, 코오디네이션 등 동적요소 수준이 놀랍게 향상하게 되는 선순환(善循環)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실적을 통해 입증하게 된 것이었다.

[다음 회에는 일처리 5단계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