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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코스피가 바닥이라고?…PBR 1배의 함정

팔면 무조건 손해봐도 돈줄 마른 이유는…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24 14: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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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년 사이 국제적인 애물단지로 전락한 유로존이 최근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국내증시를 크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연초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반년 만에 200포인트 이상 주저앉았고 거래대금도 반 토막이 났습니다. 도무지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는 글로벌 재정위기 탓에 외국인 수급까지 꼬이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1800선을 바닥권으로 지지했던 코스피 지수가 스페인발 악재에 지난 23일 급락한 이후 24일 장중 등락을 거듭하며 170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23일 종가기준 코스피 PBR은 1.13배로 청산가치에 접근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식시장의 돈 가뭄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가 저점, 즉 바닥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긍정의 힘’ 따위가 아닙니다. 수치 상 그렇다는 얘기지요. 흔히 “PBR이 1배에 근접했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증시 상황은 단순히 PBR의 관점에서만 해석하기에는 복잡한 면이 많습니다. 오늘은 ‘PBR 1배’를 둘러싼 얘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먼저 PBR이란 무엇인가부터 알아볼까요. PBR은 주가순자산비율(Price on Book-value Ratio)의 약자로 주가 1주당 순자산(장부가격에 의한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주가 1주가 순자산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지요.

PBR이 1배가 넘으면 그만큼 순자산 대비 주가가 비싸다는 것이고 반대로 1보다 작으면 해당 주가는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입니다. 팔아도 손해라는 겁니다. 팔아도 손해일 만큼 주가가 떨어졌으니 이미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쥐고 있을 것이고 새로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저가매수’ 세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로, PBR과 함께 PER도 주가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되는데요. PER은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즉 주식 1주가 회사 수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코스피의 PBR은 얼마일까요?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 코스피 지수는 1800선을 지지선으로 횡보세를 보였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기준으로한 코스피의 PBR은 23일 종가기준 1.13배입니다. 올해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각 증권사들이 자산가치를 예측해 집계한 코스피 PBR은 이미 1배 밑으로 내려간 상황입니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저가매수가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저점에 달한 상황으로 보는 겁니다.

KDB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PBR 1배 수준에서 주식에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개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저가매수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주가가 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바닥이라는 것 빼고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만큼 국내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는 대외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중국과 미국이 영 미덥지 않습니다. 2분기 어닝시즌이 돌아왔지만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지난달 이후 각종 경기 지표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중국도 기준금리와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추면서 시장에 돈을 풀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예전 같은 강력한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유로존 부실국가들이 줄줄이 파산 직전까지 밀리면서 세계 경제에 짐이되고 있는데요. 최근 스페인이 지방정부 뿐 아니라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또 24일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끌어내렸습니다. 유로존 대장국인 독일마저 불안하다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2008년 리먼 사태 때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안전한 곳에 묶어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이 커질수록 한 가지 이슈가 터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이유기도 합니다. 단순히 PBR이 1배에 달했다고 무조건 증시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매우 커져 있다”며 “코스피의 바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PBR 뿐 아니라 여러 요인들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각 증권사들도 올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단기저점은 1750~1760선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상단 밴드를 하향 조정하고 있지요.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은 24일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로 1750~2100선을 제시했습니다. 원래 상단은 2250포인트였습니다.

이 증권사 유주형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여전하고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을 반영했다”며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