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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수수료체계 변경… 설 자리 잃는 밴사

카드업계 “리베이트 관행 없애고 수수료 인하여건 조성해야”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7.23 16: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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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수수료체계 변경으로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이 밴(Van)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비용절감을 위해 단말기 사업자인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밴사에 수수료 지급방식 변경을 제안했으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현재 다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타카드사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밴사 수수료 인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사는 신용카드사와 신용카드 가맹점 사이에서 중계역할을 하는 사업자다. 매출 승인 후 전표를 보관 및 집계해 각 카드사에 대금 청구를 해야 하는 가맹점을 대신해 카드 승인 등을 중계하고 번거로운 업무를 대신하며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부분의 카드사는 정액제 방식으로 밴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1만원을 결제하든, 10만원을 결제하든 같은 수수료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이 방식을 변경할 것을 밴사에 제안하며 밴사와 카드사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밴사와 고통분담?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5월 신용카드 수수료 지급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하고 있는 각 밴사에 발송했다. 기존에는 정액제 방식으로 무조건 건당 약 150원의 수수료를 지급해 왔지만 이를 금액 대비 수수료 지급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정률제 방식으로 수수료 지급방식을 변경하려는 것은 최근 1만원이하 소액결제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공문을 받은 밴사들이 신한카드에 ‘정률제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신한카드와 밴사 간의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밴사 측의 거부로 현재 정률제 방식은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정률제 외에 합리적인 수수료를 산출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밴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체계변경으로 인해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부분에는 공감을 하지만 밴사 또한 지금보다 수수료를 줄이면 상당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률제 같은 경우에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거래단가가 작은 편의점 등과 주로 거래하는 곳의 경우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관행 고쳐라” 압박, 수사 진행 중

밴사를 압박해 오는 것은 카드사 뿐만 아니다. 시민단체들 또한 지난 5월 밴사와 대형 가맹점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하며 대형 가맹점에 대한 밴사의 리베이트 관행을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21일 유권자시민행동,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6개 시만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국정보통신 등 13개 밴사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18개 대형 가맹점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유권자시민행동 측은 밴사가 대형 가맹점에는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밴사가 대형 가맹점에 제공하는 뒷돈 관행이 사라져야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시민행동 오호석 회장은 “시효기간이 3개월인 만큼 이제 곧 어떤 식으로든 발표가 나올 것”이라며 “검찰 측으로부터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확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 또한 수수료체계를 변경 시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비용을 없애면 밴사 또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수수료 인하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밴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실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수수료체계가 개편되며 카드업계의 이익은 수천억원 가량 줄어들 예정”이라며 “부가서비스부터 밴사 수수료까지 비용절감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체계개편 당시 밴사 리베이트를 지적하며 수수료 인하 여건을 만들 수 있기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조성이 됐으나 실제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카드사들이 밴사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각자 고민 중이긴 하지만 담합 우려가 있는 만큼 공유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