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집을 찾는 달팽이' 갈 곳 없는 학생들

대학가 전세원룸실종, 반전세도 사라진 원룸촌

조국희 기자 기자  2012.07.23 11:03:4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이 근처 어느 부동산에 가도 요즘 전세원룸 구하기 힘들어요.”신촌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신촌지역에는 빽빽하게 원룸들이 위치하고 있다.
여름방학기간이라 전세원룸이 있을 법하지만, 학생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고, 시급이 높은 서울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등록금만 해도 벅찬 학생들에게 치솟은 전세값은 학생들을 도서관이 아닌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약 2만명. 특히 신촌에는 장기유학생이 많아 월 50만원 이하 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은 늘어난 데 비해, 이들을 받아 줄 수 있는 방은 한정적이라 굳이 전세로 방을 내놓지 않아도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세보다 월세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반전세’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반전세란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보증금이 들어간 월세형태의 신종계약이다. 돈이 없어 전세금을 올려주지 못할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로 조금씩 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씨가 말라 버렸다.

신촌 원룸촌의 전세값은 7000만~8000만원,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전세를 얻고 싶지만, 너무 비싸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구하고 있다”며 “월세값이라도 저렴하면 좋겠지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이 대부분”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원룸촌에서 전세집을 구하고 있는 학생과 부모를 만났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주인들이 전세 놓을 생각을 전혀 안한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까지 원룸을 구하고 있어 1억이 넘는 오피스텔 계약도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4~5평짜리 공간 마련을 위해 신촌역 주변을 이 잡듯이 돌아다녀도 전세집 구하기란 바늘구멍 찾기보다 어렵다. 만약 방을 구했다 하더라도 생활비 또한 만만치 않다. 신촌지역 원룸촌 관리비는 기본 5만원으로, 매달 나오는 공과금까지 더하면 부담도 더욱 커진다.

학업보다 돈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도 수용인원이 적어 문제다. 신촌 근처에 위치한 각 대학별 기숙사 수용인원을 살펴보면, 전체인원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원 재학 중인 학생까지 더하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비율은 더 떨어졌다. 학생들 사이에 ‘대학보다 들어가기 힘든 기숙사’란 말이 나도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이러한 지적에 대학에서는 학생들 주거마련을 위해 나섰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집을 찾는 달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대학생들의 주거실태를 고발하고 있으며, 건국대는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쿨하우스’를 신축했다.

여기에 정부 또한 힘을 보탰다. 정부는 지난 6월 경희대, 세종대, 단국대, 대구한의대 등 4개 대학에 학교당 최대 136억원정도의 기숙사 건립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기숙사비는 월 평균 22만원 전후로 기존 사립대학 기숙사비 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