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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최악 불황' 여의도 금융가에 출몰한 주폭들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7.23 1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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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김용판 서울청장 취임 이래 '주폭(酒暴) 척결 종합수사대책'을 수립해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70여일 만에 200여명을 검거·구속했습니다.

범행횟수는 모두 2693건이었으며 범행장소는 식당과 주점, 상가 등에서 발생한 경우가 전체 74.6%인 2009건으로 대부분이었습니다. 횟수와 연령, 직업통계는 전체 평균과 차이가 있지만 범행장소(?)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도 다를 바 없습니다.

IMF 경제환란은 현재 업황침체의 예고편이었다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통곡이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 유래를 찾기 힘든 업황 부진에 사내 분위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음주와 관련한 볼썽사나운 광경이 종종 목격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 D증권사는 리테일부서 직원 간의 말다툼으로 업계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이 부서 한 직원이 점심식사 때 반주를 곁들인 후 사무실에 들어왔다가 고참직원에게 덜미를 잡혀 호되게 혼난 후 하극상을 저지른 것이죠.

이 증권사 직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날 일은 역시나 현재 증권업의 침체로 야기됐습니다. 저주받은 업황 탓에 1분기 실적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하직원이 홍조 띤 얼굴로 들어와 사무실에 앉은 모습을 본 고참직원은 화를 삭일 수 없었고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혼을 냈습니다.

사무실에서 없는 정신에 혼까지 나던 부하직원은 결국 상사에게 대들었고 자신도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타 증권사 직원들과 증권업황 부진 타개책을 논의했다는 웅변으로 다툼은 매조지됐다는 후기입니다.

이 같은 행태는 증권사 일반부서와 다소 거리가 있는 리서치센터도 마찬가집니다. 지난주 초 또 다른 D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업무를 파한 후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언쟁 끝에 주먹다짐을 벌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상자는 없었지만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업 리스크 태풍에 맨몸으로 맞서며 인력감축, 타 업종 이동, 퇴직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 마치 피비린내가 나는 듯 코끝이 찡긋거려집니다.

올 초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금년 경기흐름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상했지만 4~5월경 하반기 전망을 수정, 7월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과반 이상입니다.

이미 푹 삭은 유로존 악재와 미국·중국 경기둔화 우려, 여기에 최근 CD금리 담합 의혹까지… 대내외 리스크에 따른 거래 규모 급감으로 진행된 업황 침체인 만큼 다시 한 번 증권 붐이 일기를 기대해야합니다.

하지만 최근 동향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여전히 득세고 이머징시장 메리트도 갈피를 잡기 힘든 형국이라 증권업에 닥친 총체적 난국지세는 그야말로 안개국면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금전적인 손해를 볼 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항상 해왔던 말이 있습니다. "본전 생각하지 말고 털어버릴 땐 털어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과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을 따진 근원적 투자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들려줬던 이런 말들을 증권사 스스로 독백처럼, 또는 큰 소리로 외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투자심리 흔들기 이벤트도 좋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바짝 정신을 차리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투자의 기본원칙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