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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솜방망이 금감원 ‘나비효과’ 우려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7.23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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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 이론은 기상학에서 출발했지만 근래 실생활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는 단어다.

한 예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구매형태 변화를 시시각각 체크하고 있어야 수익발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할 때나 주가 예측, 지진이나 해일의 원리 등도 나비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한 기관의 결정은 향후 이 나비효과로 인해 어떠한 결과로 되돌아올지 심히 우려가 된다. 바로 금융감독원의 이야기다.

금감원은 19일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로 논란이 된 삼성ㆍ하나SK카드에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와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현대캐피탈까지 연달아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3사에 모두 경징계를 내린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해킹으로 고객정보를 유출한 현대캐피탈에도 삼성카드와 같은 ‘주의적 경고’ 징계를 내린바 있다.

이와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언론과 소비자단체들은 금감원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때 수위 낮은 처벌로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보안 투자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하며 좀 더 철저한 준비를 위해선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로 금융회사가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고 해킹 위험도가 높아지며 향후 비슷한 사건ㆍ사고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킹뿐만이 아니라 내부직원이 정보를 빼돌려 거래하는 등의 사고도 매한가지다.

사고 이후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카드사들은 ‘신고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고 증명을 해야만 보상이 되는 현 시스템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향후 그 정보로 카드를 복제해 사용한다면 물론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카드사의 정보유출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보이스피싱 위험도가 높아지는 부분이나 향후 그로 인한 피해 등은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은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제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수수료체계변경에 이어 부가서비스 축소에도 제동이 걸리며 수익 악화가 예고된 상태다. 금감원 또한 금융위원회의 수수료체계개편 이후 부가서비스 축소에 제동을 걸며 카드사들이 수수료체계변경으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않도록 앞장섰다.

   
 
하지만 정작 고객에게 피해를 안긴 카드사 대표 징계를 앞두고 움츠리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크게 실망스럽다. 수수료체계를 변경하고 부가서비스 축소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잘못에 대한 처벌에 관대하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2~3년 후 금감원의 경징계가 불러올 나비효과에 대한 피해는 결국 또 소비자 몫이다. 금감원의 경징계가 향후 소비자들에게 ‘두 번째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악몽을 선물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