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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겨우 걷어낸 자리에 투기세력 다시 모일까?

[심층진단] DTI-양도세 중과, 타당성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23 08: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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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식 버블 붕괴 즉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결국 가계부채의 마지막 저지선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일부 완화로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수진작과 관련 7월21일 이른바 끝장토론을 이명박 대통령 참석 하에 진행, 여기서 상당한 경기활성화 방안들의 구상을 다음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정책 중 눈에 띄는 대목은 △해외에 진출한 일자리를 유턴시키는 우리 기업에 혜택을 주고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방안(골프장 문제 등) △연구와 투자(R&D)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 △역모기지론 활성화와 DTI(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규모)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규제의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경기 대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투자 활성화나 R&D 풍토 부양 등은 크게 논란이 될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번 부동산 관련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마지막 빗장을 열어서라도 경기를 살리자는 것인데, 기대만큼 적절한 효과를 유발할 것인지에 의견이 엇갈린다. 보기에 따라서는 폭탄 돌리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 등 각종 철학적 문제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DTI 효과 없다” 절대적 진리? 여전히 의문

최근 한국은행의 25bp 기준금리 인화에도 부동산 시장의 위축된 매수심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근래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연말 기준 현재 거치기간이 설정된 분할상환대출(국내 9개 은행 기준) 중 거치기간 종료예정 규모는 2012년 19조2000억원에 달하며 2013년과 2014년으로 갈수록 매년 그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일부 완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실효성에 대한 정치권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가치 하락으로 연쇄적으로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킬 대책이 시급한 사정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9일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주택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는 국내 주택정책의 변화와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한 각종 부동산 활성화대책이 지방 아파트 가격만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분석하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한 정책 방향에 대한 주문을 도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보고서는 이른바 ‘거래 없는 가격안정’보다 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에서 비슷한 무렵에 나온 DTI의 효과 의문 우려 보고서를 겹쳐 보면, 이번에 정부가 택한 DTI 규제가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4월 ‘DTI 규제 타당성 검토’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DTI 규제가 있었던 2011년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가계부채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권주안 연구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DTI 규제가 강화된 후 8개월 동안 가계대출은 3조6000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규제가 없었던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의 가계대출 증가액인 3조원 보다 되레 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증가가 두드러져 오히려 가계대출 안정성이 저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DTI가 무용하며 과연 거래 활성화를 위해 폐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1990년대 노태우 정권은 대대적인 공급정책과 분양가 상한제를 함께 실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진보 성향 연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PIR(가계 평균 연소득 대비 평균주택가격 비율)은 실제로 반으로 하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이후에 이런 제도적 접근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이는 부동산 시장의 무패 신화가 그만큼 더 강하게 작용한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17일 당·정·청이 19대 국회 들어 처음 개최한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개발 부담금 부과 중지 등을 추진키로 합의한 점을 이번에 정부가 가공을 가하면서, 3자간 합의와 협력 구상이 깨지게 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대로 22일자 긴급안이 조율, 통과되면 정권 후반기 유력 대선주자의 의견 일부, 현 집권 측의 정책적 취향 일부가 결합되는 모호한 형태의 미봉책이 등장할 수 있다.

지난 17일 윤곽을 드러낸 당·정·청 합의안을 보면 △DTI 규제 완화는 일단 보류(그러다 이번에 푸는 문제가 재추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현행처럼 2년 마다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 △분양가 상한제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의견을 반영해 폐지 가닥 △취득세 폐지는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원 부족을 이유로 끝까지 반대해 합의점 도출 실패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DTI 완화 및 양도세 중과 추진의 구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권 말에 정부와 미래 권력간 줄다리기와 막후 협상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DTI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해 주택 거래를 살리겠다는 정도 이상의 ‘대수술’을 시도할 게 아니라는 우려가 자연히 높아지고 있다. 일단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DTI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21일 토론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참고할 만한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DTI 완화 정책을 두고 각층에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DTI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하는 방식이 어떻겠느냐는 등의 대안론이 나오고 있다.

◆‘DTI 완화+양도세 중과 무력화’ 부자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

더욱이 이번 대책의 마련 필요성과 이론적 배경 등이 부동산을 자산으로 갖고 있으나 가격 하락을 견딜 수 없는(버틸 여력이 없는) 일명 하우스푸어, 또 그 뒤로 무너질 중산층에 있다고 한다면, DTI를 손보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까지 도매금으로 같이 이번에 논의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 예측은 가장 적당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합은 여러 정책 중에서도 표면적 수혜 계층과 실질적 이익 대상이 다른 ‘하지하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이달 11일에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655명을 대상으로 ‘2012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실시한 것을 보자. 이 조사에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 1, 2, 3순위를 모두 합한 결과 15.7%가 ‘양도세비과세 요건 완화 시행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꼽았다. 또, 수도권 거주자들은 거래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추가로 필요한 대책으로 31.5%가 ‘DTI 규제 완화’를 꼽았다.

2위는 취득세 감면 26%, 3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20.2% 순이다.

1~3순위 모두가 투자자금 마련과 투자 후 세제혜택을 원하는 항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시장은 이미 이들 정책이 깨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노태우 정권 하에서와 같은 부동산 정책 효과가 잘 시장에 수용되는 상황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달 15일에 KB금융그룹에서 한국의 부자들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과연 부자들에게 가장 먼저 유리할 정책 방향으로 이번 DTI나 양도세 중과 문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발생한다.

즉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자산 유형별 세부 포트폴리오를 보면 먼저 비중이 가장 높은 부동산자산의 경우 ‘거주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이 35.8%로 가장 높았다. 거주용 외 빌딩·상가(26.4%), 토지(20.5%), 투자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16.1%) 등 투자용 부동산의 비중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또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상가(68.6%)였다. 다음으로 오피스텔(40.9%), 아파트(38.3%) 순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수도권에서는 아파트(36.7%)보다 오피스텔(46.2%)에, 지방에서는 오피스텔(24.4%)보다 아파트(43.0%)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한 발 빼고 다른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같으면, 거래 유발을 위해 DTI 일부 완화나 선별적 완화 혜택만으로는 안 되고 확실하고 원론적인 완화를 요구한다든지, 이와 함께 양도세 중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박약해 보인다. 즉 DTI가 회의론이나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와 투기적 투자자의 혼재 상황이던 아파트 등 영역에서 투기 문제를 일부나마 덜어낸 점은 ‘한국의 부자’ 보고서에서도 추론해 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이 불만이 일부 있음도 부동산 114 자료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간만에 아파트 등 실수요 문제와 밀접히 맞닿은 부동산 영역에서 일부 거품(내지 투기) 수요가 빠져 나간 상황에서 이를 ‘다시 불러들여서라도’ 문제를 풀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DTI 규제 완화 문제의 경우에는 민간의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도출한 고육책이라고는 해도 야당이나 시민사회 등과 협의를 상당히 진행해야 할 복잡한 문제이고 적어도 이달 중순에 나왔던 여당과 정부, 청와대간의 협의 수준 이하로 타당성이 후퇴하거나 미봉책 짜깁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