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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D 담합 의혹 '공정위-금감원' 기싸움 아니길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7.20 1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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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CD 금리 조작 의혹에 소비자 단체는 단체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중소기업계도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금리담합 조사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CD 금리 담합 의혹은 공정위의 조사 발표에서 시작됐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원회는 증권사들이 CD 금리를 담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칼’이 증권사 짬짜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사들은 ‘우리는 아니다’며 의혹 벗어나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후한서에 나오는 '사지(四知)'라는 말처럼 두 사람만의 비밀도 반드시 알려지듯 금리를 담합했다는 자진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기정 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CD 금리 담합 의혹에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유로존의 재정위기도 과도한 복지 예산과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으며, 2008년 전 세계를 재정위기의 구렁텅이 빠뜨린 리먼브라더스 파산도 결국 도덕적 해이의 결과였다.

영국의 ‘리보금리’ 스캔들도 마찬가지다. 리보금리는 대형은행이 원하는 은행 간의 단기대출 금리를 평균 내는 방식으로 이뤄져 이해관계자들이 맘만 먹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 국내 CD 금리도 10개의 증권사가 평균치를 내는 방식이어서 밀실 담합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즉, CD 금리에 결정짓는 몇몇 증권사 관계자들이 ‘이 수준에서 유지하자’고 입만 맞추면 힘들이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들만의 담합을 밖에서 알 턱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CD 금리 담합 의혹은 공정위와 금감원의 기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금융전문 기관인 금융감독원의 조율 없이 조사를 진행했으며, 금감원은 공정위의 CD조작 조사에 ‘안타깝다’라고 표현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이뤄진 조사에 불편한 심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전일 금융사의 CD 금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단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CD 금리가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으면 의심할 수는 있지만, 결론도 나기 전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증권사들을 두둔했다.

금융위원회도 CD 금리 의혹과 관련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이날 김석동 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담합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갖고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근 거래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의혹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길 수도 있다. 증권사 지점 절반 가까이가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자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증시 활황기에 만들어졌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까지 말했다.

증권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갑작스러운 CD금리 담합 조사에 불평이 나올 법도 하지만 악습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오지 않았던가. 실적에 대한 우려보다는 철처한 조사만이 증권사들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또한 공정위는 정기말기가 돼서야 4대강 입찰 담합 등 각종 의혹에 칼을 빼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릴 겸허하게 수용,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서 각종 불공정거래 등을 조사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CD 금리 담합이 금융사들의 강력한 부인으로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금감원의 주도권 다툼에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