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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악고 운영위원의 하소연

장철호 기자 기자  2012.07.20 13: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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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보고 남악고에 보냈는데, 임기 도중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재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19일 보도된 '전남 자율형 공립고 공모 교장 2년만에 하차'라는 기사를 접한 남악고 한 운영위원이 이같이 하소연했다.

남악고 이모 교장은 지난 2010년 9월 공모제 교장으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오는 2014년까지 4년간이다. 그렇지만 교사들과 갈등을 빚어 2년 만인 오는 9월1일자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갈등의 발단은 정규 수업시간에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는 교사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교권침해 등을 주장하는 교사들이 도교육청과 교과부에 진정해 시작됐다. 이 교장은 교사들에게 올 9월에 전출가겠다고 약속했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공모 교장이 임기를 못 채울 경우 학교 운영위원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운영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교장 전출 동의의 건을 부결시켰다. 이 교장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학교 운영에 대해 힘을 실어준 대목이다.

해당 사안이 부결되자 교사들은 교장이 운영위원들을 앞세워 잔류하려는 의도라도 비판했고, 운영위원들은 교장의 전출을 막기 위해 교육감을 찾아가 호소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도교육청에 전문직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도교육청은 남악고에 교장의 전문직 전직 통보를 했다. 또 다시 교장의 거취를 심의해야 하는 운영위원들은 전직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교장은 운영위원들을 개별 접촉, 더 이상 갈등이 이어지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뿐 아니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전직에 동의해 달라고 설득했다. 이 교장은 대상포진과 함께 고막에 문제가 생겨 어지럼병을 앓고 있으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원회는 7월10일 긴급 운영위원회 회의를 소집, 공식회의를 앞두고 1시간여간 토론을 벌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 교장 전직에 동의했다.

이 교장은 "남악고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으시니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상에 대해선 노코메트하겠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 교장의 지휘통솔력 부족에도 문제가 있지만,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썩 교육스럽지 않아 보인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교육수요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모든 판단의 기준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근거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선 교사들과 이 교장, 그리고 운영위원들은 진정 교육수요자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