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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리보 스캔들’ 10개 증권사 사실상 ‘짬짜미’

억지 기준금리 만들어 보고한 내막 알고보니…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19 14: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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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이 금융권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CD금리 보고 의무가 있는 10개 증권사들이 사실상 금리조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CD거래가 2008년 이후 급감해 최근 6개월 간 거래 자체가 없었지만 기준금리 고시를 위해 각 증권사들이 억지로 금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거래 기준이 되는 금리를 거래도 없는 시장에서 만들어내려니 시장 상황과 CD금리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과거 기록 베끼고, 타 증권사 수소문하고”

현재 국내 CD거래 시장은 사실상 휴업 상태다. 금리가 통용될 수 있는 유동성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거래량은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224조2737억원이었던 CD거래대금은 2010년 75조846억원으로 1/3 이상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53조684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CD거래대금은 13조원대에 그쳤다. 올해 월평균 거래대금은 2조2189억원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한 달 내내 CD거래가 단 한 건도 없는 곳도 상당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거래량 감소의 원인은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방법으로 CD발행이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 말까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CD는 예대율 계산에서 예금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들은 발행을 꺼린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규모 가운데 CD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문제는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음에도 금투협이 선정한 10개 증권사는 매일 협회에 당일 CD금리를 보고한다는 것이다. 참고할 거래 자료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담당자의 주관이나 비합리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CD거래가 씨가 마르면서 담당자들이 과거 기록을 그대로 보고하거나 거래가 있는 다른 증권사를 수소문해 억지로 금리를 짜맞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일 거래가 없으면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거래가 전무하니 수개월 전 금리가 그대로 굳어지는 식이다. 이익을 위한 담합이 아니라 시장 구조적으로 담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유동성 부족 때문에 벌어진 구조적 문제”라며 “통상 CD금리 뿐 아니라 다른 채권금리도 거래가 없으면 호가로 정하거나 주변물 금리, 전날 금리 등을 참고하는데 공정위가 마치 증권사들이 이익을 위해 담합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리니언시 1순위 뺏겼다…2순위 자진신고 누구?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CD금리 담합 조사와 관련, 한 시중 금융사가 금리 조작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혐의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 전액을 면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17일 금리 고시 의무가 있는 10개 증권사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이튿날 9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1순위 자진 신고자가 나온 상황에서 조사가 속전속결로 마무리된다면 혐의가 드러난 금융사들은 매출액의 최대 10%인 가격밀약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미뤄 최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