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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실적악화에 돈 줄 마르자 ‘최후선택’

“현금부터 쥐자” 현대차 주식 7000억원어치 내다팔아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17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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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분기 실적악화로 돈줄이 마른 현대중공업(009540)이 보유 중인 현대차(005380) 지분을 절반 가까이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매각 규모는 총 320만3420주, 처분 단가는 주당 22만원으로 7050억원어치에 달한다. 당일 종가대비 3.27% 할인된 가격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분 매각 소식에 17일 현대차 주가는 개장 직후 3% 이상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올해 6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 건조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2분기 예상 실적이 전분기대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추정돼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매각과는 별개로 올해 상반기 5000억원 규모의 차환용 채권 발행했으며 오는 24일에도 총 7000억원대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예상실적은 매출액 13조8285억원, 전년대비 3.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767억원으로 전년대비 44.0% 급감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4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수주가 필수적이지만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포함해 조선·해양 부문에서 5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냈지만 목표대비 30%대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이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으로 대금이 결제된다는 것도 부담이다.

헤비테일이란 선주가 공정 단계별로 선박대금을 지급하면서 인도시점에 지급액이 집중되는 방식이다. 선수금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의 자금난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매각 결정이 옳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자금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박민 연구원은 “현대차 지분 블록딜은 묶여있던 현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자기자본대비 차입금 수준이 40%로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실적이 나빠지는 가운데 자금압박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트레이드증권(078020) 박무현 연구원 역시 “수주한 드릴십 건조를 위해서는 미리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를 따져보면 지금 시점에서 미리 현금을 확보하고 운전자본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