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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준영 전남도지사님, 잠 덜 깨셨나요?"

장철호 기자 기자  2012.07.15 2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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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선출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한 인사에게 어떤 직업이 더 낫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나름대로 애로사항과 성취감을 이야기하며, 체력적으로는 지자체장보다 국회의원이 낫다고 답변했다.

지자체장 시절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는 것. 평소 운동을 즐겨하던 인사였기 때문에 그 솔직한 답변이 지자체장의 업무 강도를 짐작케 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15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지사는 대권도전에 대한 진정성과 도민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도지사직 사퇴여부를 고민해왔다.

이날 박 지사는 대권도전에 대한 명분과 진정성보다는 3선 도지사에 대한 부담과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도지사직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출직 도지사로서, 도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잠을 덜 자고 일을 더하는 노력을 한다면 (도지사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잠이 많기로 소문난 박 지사가 잠을 덜 자고 노력한다는 말이 왠지 ‘잠이 덜 깬 상태가 아니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도정 챙기기에도 부족한 일정속에서 잠을 안자고 당내 경선까지 소화하겠다니 천하장사 만만세다.

행의정감시연대 이상석 공동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지사의 대권도전은 먹튀(먹고 튀겠다)행보, 노욕(老慾)이라고 폄훼하고, 도지사직 사퇴여부가 대권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필자가 전남도청을 출입한지는 반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박 지사가 보여준 도정 관리 능력은 낙제점 수준이다. 서남해안프로젝트(J프로젝트)가 실패했고, F1은 4000억 원 이상의 빚을 남겼다. 여수세계박람회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 지사는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을 빙자, 당론과 배치된 4대강 사업에도 앞장서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상석 행의정감시연대 공동위원장은 “박 지사호(號)는 F1, J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해 엄청난 재정 공백을 초래하는 등 거의 모든 사업이 실패작으로 끝났다”면서 “대권도전을 안하는 것이 좋지만, 만약 한다면 후임 도백이 전남도정을 살필 수 있도록 빨리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박 지사가 정치적 제스처를 취할지 모르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권도전이 공식화되면, 시기만 남아있을 뿐 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전망은 빗나갔다. 지난 8년간 도정을 이끌면서 정치적 제스처를 아는 정치인으로 변했다는 결론이다.

삶의 궤적이 비교적 순탄했던 박 지사와 그의 참모들은 전남도정을 잘 이끌어 온 것으로 자평하는 것 같다. 살기 좋은 녹색의 땅 전남이 잘 되고 있으니, 남는 시간에 대권도전도 해 보고. 그런 심사 아닌가 생각된다.

박 지사가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당내 경선 일정을 잘 소화할 지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결정이 개인의 안위만을 위한 정치적 과욕(科慾)은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