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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를 먹여도 시원찮을 판에…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14 13: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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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두송자(노간주나무의 열매) 향기가 나는 술인 ‘진’ 중에 비피터(Beefeater)라는 상품이 있다.

비피터는 지금도 튜더 왕조 시대풍의 붉은 제복에 모자를 쓰고 런던탑을 지키는 명물로 유명하다.

왜 왕실과 연관이 깊은 집단이 음식 명칭으로 불리는지 의아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오래 전 이들의 월급을 쇠고기로 줬다는 설이 있다. 비단 현금이 부족해서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체력관리용으로 고기를 먹으라고 했다는 해석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를 가지고 특권층임을 명확히 밝혀놓은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임모 기자가 '한정식 먹는 이'인지 '패스트푸드 먹는 이'인지 하는 식으로 처우와 사회적 신분, 그에 따르는 (직업적) 자긍심 등을 명쾌히 설명한 단어다.
 
최근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의 식사비가 한 끼에 140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는데, 그 다음에 인상을 추진했음에도 '병아리 눈물'만큼 오르는 데 그친 모양이다.

12일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이 공개한 복지부 예산요구안에 따르면 보육원 아동들에 대한 내년 식비는 월 15만원으로 한 끼 식비는 1648원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1405원에 비해 겨우 243원이 오른 것이다.

현재 보육원 아동들의 경우 기초생활 보장제도에 따라 시설수급자로 분류된다.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복지센터 등은 기초수급자가 아닌 아동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현실적인 비용을 반영해 급식비를 최소 3500원 이상으로 책정해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고 있다고 하니 적나라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같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이유가 없지 않다. 이는 이쪽 예산이 매년 최저생계비 인상비율에 연동해서 인상되고 기초수급정책에 묶여 보육원 급식비가 결국 최소한으로 책정되는 바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2000원짜리'로 보육원 아동을 구분하고 더욱이 '지역아동센터보다 못한 밥을 먹는 이'로 일찍이 구분하는 정책은 참으로 안타깝다. 정부에서 더 많이 배려를 해서 '소를 먹여도(Beefeater)' 신통찮을 아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