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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대형증권사, 돈 안 되는 물가채 입찰대행 왜할까?

고액자산가 분산투자로 물가연동국고채 관심 ‘알짜고객 마케팅’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13 18: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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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언젠가 부동산펀드, 금(金)펀드 등 원자재나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재테크 시장에서 유행하더니 한동안은 ELS가 재테크계의 최고 아이돌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 요즘에는 또 시류가 바뀐 모양인데요. 물가연동국고채(이하 물가채)라는 생소한 이름이 얼마 전부터 뉴스 경제섹션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군요.

   
 
국고채라 하니 채권투자의 일종인 것 같은데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에 절세 효과까지 있다는 부가 설명에 눈에 번쩍 뜨입니다. 더구나 대신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앞 다퉈 ‘국고채 무료 입찰대행 서비스’에 나서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양입니다.

주식은 겁나고 펀드는 성에 안차는데 물가채 투자나 한 번 해볼까. 기자의 호기심은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먼저 물가채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원금과 이자를 물가에 따라 조정해 지급하는 국채입니다.

쉽게 말하면 물가가 오를수록 원금도 함께 불어나기 때문에 수익률이 물가 상승분을 웃돈다는 특장점이 있지요. 특히 재테크만큼 세(稅)테크가 각광받는 시대에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세금 부담이 비교적 적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낮은 표면금리에 따라 이자에만 세금이 붙기 때문인데요. 이는 기획재정부가 개인의 국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인센티브 덕분입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입찰부터 개인투자자의 물가채 직접 투자를 전격 허용했습니다. 물가채는 일정한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경쟁입찰 방식으로 판매되는데요 과거에는 개인이 물가채 투자를 하려면 증권사가 이미 확보한 물량을 수수료를 얹어 사야했습니다.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물가채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 중 상당부분을 증권사에 수수료로 떼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개정안 덕분에 개인도 수수료 없이 직접 국채 입찰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도 감이 안 잡히시는 분들을 위해 배추장사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동네 야채가게 주인(증권사)이 도매시장(국가)에서 배추(국채)를 무더기로 떼어오면 소비자(개인투자자)는 야채가게에서 도매보다 약간 웃돈을 주고 필요한 양만큼(한 포기) 사는 게 옛날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소비자가 직접 도매시장에서 배추를 한 포기씩 도매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요.

그런데 개인이 직접 입찰에 참여할 수는 있게 된 건 좋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입찰 시기가 정해져 있고 복잡한 금리를 따져야 하는 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증권사의 ‘무료 입찰대행 서비스’입니다. 개인의 물가채 입찰을 ‘공짜로’ 대신 해주는 것이죠.

입찰대행서비스를 할 수 있는 증권사, 즉 국고채전문딜러 자격을 가진 회사는 현재 12곳입니다. △교보증권 △대신증권 △KDB대우증권 △동부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SK증권 등인데요.

특히 대신증권은 지난 4~6월 세 번의 입찰에서 전체 개인투자자의 물가채 입찰 자금 중 1/3 이상을 유치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1억원 당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 때문에 지난달 입찰 때는 일반투자자에게 우선 배정된 물가채 물량이 매진됐다네요.

물론 증권사 입장에는 돈이 안 벌리는 수고지요. 그럼에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물가채 입찰대행을 자처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왜냐면 이 역시 우수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훌륭한 마케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물가채 투자로 대박 수익률을 내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이 안정적인 수익과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부담을 덜기 위해 택하는 게 물가채입니다. 그만큼 입찰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일수록 알짜 손님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저처럼 나이 젊고 종자돈 마련이 먼저인 사람에게는 물가채 투자가 답답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기자의 처음 호기심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주식은 겁나고 펀드는 성에 안차는데 물가채 투자나 한 번 해볼까. 음, 고액자산가가 아닌 저로서는 다른 재테크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