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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환·마마’ 스마트폰과 늑장대응

노병우 기자 기자  2012.07.13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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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량 불법비디오가 ‘호환·마마·전쟁보다 무섭다’는 시절이 있었다. 청소년이 불법비디오에  노출되면 제대로 된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벌어졌던 때다.   

당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됐고, 이 시간만큼 사회는 다각도의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호환·마마’의 우려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눈부신 산업발전의 이면에 숨은 폐단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른바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청소년들은 각종 불법사이트를 집 드나들듯 할 수 있다. 과거의 불량·불법 비디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이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유해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이동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불법사이트를 품에 끼고 생활하더라도 어른들이 이를 눈치 채기 어렵다.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인터넷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에 이동통신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첫 테이프를 끊은 KT의 경우, 플랜티넷과 공동으로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인 유해사이트 및 앱 차단은 물론이고, 전용 앱 설치를 통해 부모가 자녀들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용통계를 확인하고 시간대 별로 게임, SNS 등 특정 앱 사용에 대해 통제 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연내에 LG유플러스, 2013년 상반기에는 SK텔레콤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의원이 지난 6월22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음란·폭력 등 청소년 유해매체물 차단수단 탑재를 의무화하는‘방송통신발전기본법’및‘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를 시작했지만 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보다 빨라졌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방안이 세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스마트폰 이용 인구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분주함은 오히려 늑장대응처럼 보인다.

   
 
국내 문제만 해결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해외사업자인 구글·애플의 경우 통제가 어려워 접속차단만 가능할뿐, 직접 통제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우리나라는 ‘초고속통신 세계 최강국’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 장치’도 여느 나라보다 먼저 마련하는 게 명성에 걸맞는 행동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