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저항 없는 복종과 세뇌의 끔찍한 결말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7.13 13:51:1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 목사가 신앙을 빌미로 만행을 저지른 사건이 7월1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전파를 탈 예정이다. 50대 한 목사가 시골마을에 컨테이너 건물을 짓고 이곳을 찾아온 모녀 4명을 상습 성폭행 했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들이 '성전'이라고 부르던 곳의 목사는 보통 교회와 달리 성경, 예배, 찬양을 모두 금지 시킨 채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따를 것을 강요했다. 자기 자신이 바로 예수이자 구세주라는 논리였다.

4명의 모녀는 자신과의 육체적 결합으로 '몸 속의 독'을 정화해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목사의 말을 맹신했고, 절대적 신뢰 속에 그의 모든 행동과 지시사항은 영적인 성장과 치유 과정이라 믿었다.

하지만 세 딸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목사와 공개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방송국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가장 큰 피해자인 세 딸들은 아직도 목사를 여전히 예수라 믿고 그를 두둔하며 피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목사의 성직 증서를 확인해 본 결과 그는 목사 교육이나 안수는 물론 정식 신학 수업 한 번 받은 적 없는 '가짜'였다는 사실이다.

앞서 몇 달 전에는 한 여성이 절대적 존재라 믿는 '선녀님'에게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바친 사연이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미대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엘리트였던 그녀는 몸이 좋지 않은 자신의 딸이 '선녀님'의 기도를 통해 건강해 졌다고 믿게 된 이후 '선녀님'을 신봉하게 됐다.

이후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라', '가족과 연락을 끊어라', '성매매를 해서 돈을 바쳐라', '하루 한 끼, 라면 3개를 한 번에 먹어라'는 선녀님의 황당한 지시를 3년간이나 따랐다.

지시에 따라 '인증샷'을 찍어 선녀님에게 전송해야 했고, 성매매를 해서 벌어들인 돈 역시 선녀님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만 원짜리 한 장도 선녀님의 허락이 없으면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이처럼 일반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임에도 상대방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몇 년 간 같은 생활을 이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심리 전문가들은 이 같이 믿기 힘든 사건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절대적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쉽게 세뇌 당하고, 이들의 저항 없는 복종은 가해자들을 믿을 수 없는 괴물로 둔갑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실시된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명 전기충격 실험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권위자의 통제 하에 상대방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상대방의 고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권위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국 상대를 향한 '절대적 신뢰'는 '저항 없는 복종'과 '세뇌'를 낳고,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어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또 권위자의 명령에 의해 인간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증명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한편, 원숭이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는 보고가 있다. A원숭이가 버튼을 누르면 음식이 나오지만 B원숭이에게 전류가 흘러 괴로워한다. B원숭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A원숭이는 이후 15일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인간이 원숭이보다 우등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의 도덕성이 원숭이의 그것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