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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안전관리 프로젝트로 두 마리 토끼를?

[제37강] 쉬운 말의 경영학 ‘안전관리2’

허달 코치 기자  2012.07.13 09: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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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환경보호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터널 공사를 지연시켜 수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 놓고도, 눈 하나 깜작 안 할 수도 있는 언필칭 환경운동가, 정부의 무책임과 방만함을 겪은 일이 근자에 있었다.

   
 
이런 식의 사고(思考)는 어떤 사회에서도 용납되지 않아야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에 안정과 성장을 걸고 이윤극대화를 통해 영구히 존속 발전하기를 도모하는 기업으로서는 더욱이 생각 자체도 해보면 안 되는 터부의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어 재미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안전관리 수펙스 추구 사례 하나를 이야기하려다 도롱뇽 때문에 열 받아서 서두가 길어졌다.

필자가 경영하던 SK옥시케미칼(주)에서 기존공장의 용량을 30% 가량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게 되었다. 바꿔야 할 탑조류, 구동장치 등은 바꾸고, 키워야 할 곳은 키워서, 이른바 병목현상(bottleneck)을 없애주어야 하는데, 문제가 앞서 언급한 안전시설인 플레어스택(Flare Stack)에 생겼다.

확장공사의 설계를 맡은 외국 엔지니어링 회사의 판단에 따르면 기존 시설에 설치된 플레어스택의 용량에 여유가 없어서, 새로이 별도의 플레어 스택을 추가로 설치하던지, 아니면 기존 시설의 폐가스 배관(Pipeline) 구경(口徑)을 비현실적으로 큰 사이즈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플레어스택을 세우는 일은 원래부터 협소한 지역에 세운 공장이라 필요한 부지(敷地)를 구할 수 없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도 대형 파이프를 얹어 놓을 장소와 받침대 시설(pipe-rack)의 규모, 높이가 문제가 되었다. 비유하자면 로켓 발사대 같은 시설을 20미터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시라. 이 역시 불가능한 옵션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시설 설치 불가 때문에 확장을 포기한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면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문제를 보는 시각, 즉 패러다임이 올바른 것인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괴물 안전시설을 필요케 하는 비상사태 시(時), 발생 폐가스는 도대체 왜, 어떤 원인들에 의해 생겨나게 되는 것인가? 그 원인들을 차단하거나 적어도 동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따져보니, 너무나도 당연한 가정(假定)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비상사태를 야기하는 근본적 원인은 정전(停電), 즉 예상치 못한 전력공급의 중단 사태이다. 공장의 동력은 전력과 고압증기에 의한 동력 두 가지 공급원(源)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그 중 전력은 한국전력(KEPCO)으로부터 공급 받는 외부 전력과 공장 내에서 고압증기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co-generation) 자가(自家) 보일러 시설에 의존하고 있었다.

외부 공급 전력이 중단되면 당연히 내부 동력시설도 비상사태를 맞게 되므로, 공장은 전력과 고압증기 동력을 연쇄적으로 잃는 무동력(無動力) 상황에 빠지게 되고 이런 가혹한 상황을 상정하여 안전시설의 설계용량이 정해져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자!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한다?

독자 여러분은 이미 눈치 채었겠지만, 해답은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이었다는 이야기이다.

내부 동력시설이 외부 전력과 완전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되도록 시스템을 바꾸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하며, 그 투자비용은 가상(假想) 괴물 플레어스택을 설치하는 옵션의 가상 투자에 비해 어떤가?

자, 이제 물리적 가능·불가능의 문제가 경제성 문제로 바뀌게 된 패러다임 전환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문제 해결에는 다른 복병(伏兵)들도 있었다. 이렇게 동력시스템을 바꾸었을 때 과연 두 동력 공급원(源)이 동시에 트러블을 겪을 가능성이 천재지변에 준할 만큼 충분히 낮은가에 대하여, 보험회사, 특히 재보험을 맡는 영국의 로이드(Lloyd) 보험회사의 인증을 받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다음의 관건이었다.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안전관리 문제를 수펙스 추구를 통하여 해결함으로써, 공장은 평상 조업 시에는 전혀 쓸모 없는 괴물 플레어스택과 관련 배관시설(pipeline)을 설치하는 대신에, 약간의 투자를 통하여 (평소에 꼭 갖고 싶었으나 투자지출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해 투자를 감행하지 못했던) 정전 시 고압 수증기를 스탠바이(stand-by) 동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얻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폐가스의 분출량(噴出量)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킨 해법이었으므로, 비상사태 시 절대손실(flare-gas burning loss)을 줄이게 된 것뿐 아니라, 기존 안전시설을 조금도 확장하지 않고도 그 능력에 여유를 보유하게 되었다. 후일 50% 이상의 디보틀넥킹(debottlenecking: 설비효율화)을 통한 창의적 조업도 증대에도 활용 가능하게 되었다.

이상, SKMS의 ‘안전관리’에 명기된 바 ‘안전환경관리’는 이윤극대화와 맞물려 고려되어야 한다는 말을 설명하는 사례로서 기술적인, 장황한 서술(敍述)을 해보았다. 

‘안전관리’를 마지막으로 ‘쉬운 말의 경영학, 정적요소’를 끝맺는다. 이 뒤에 개발된 ‘정보관리’ 등 정적요소관리 정의가 있기는 하지만 정적요소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추가하여 개발하여야 할 요소들이므로, 최종현 회장이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펴낸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책자에서 거론한 범위인 이쯤에서 마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Globalization과 SUPEX 추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