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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사되니 너도나도 호텔 진출, 기준은 없나?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7.12 16: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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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평일 오후 12시, 병원을 찾아 잠시 들린 서울 명동거리는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종이 전단 몇 장을 들고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는 이른바 ‘삐기’들은 도리어 한국인을 두고 본체만체다.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최초로 5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한국관광공사는 연말까지 1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532만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여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입국자 수의 가파른 증가세로 ‘함박웃음’ 짓는 곳은 호텔산업.

호텔신라는 2분기 이익 전망치가 337억원으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전망되면서 지난 11일 주가가 1년 전 같은 날에 비해 정확히 두 배 오른 가격에 마감됐다.

정부도 관광숙박시설 설치에 따른 용적률을 600%에서 720%로 완화하고 객실 208실 규모 관광호텔 건립도 허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시설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이쯤 되니 소위 ‘돈 냄새 맡은 꾼’들은 일찌감치 이 산업에 발을 들여놨다. 현재 서울 4대문 안에서 비즈니스호텔 공사가 진행 중인 곳만 40여개에 이르고, 기존 호텔업계는 물론 대기업, 여행사, 대학교까지 줄줄이 사업에 뛰어들며 치열한 건립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하지만 호텔이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사전에 따르면 ‘오늘날 호텔이란 단순히 숙박과 음식만을 제공하는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이며 ‘기업으로서의 호텔은 이익을 목적으로 숙박과 음식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물론 공공에 기여하는 사회적 시설인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체’다.

아울러 김충호 교수는 “일정한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객실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잘 훈련되고 예절이 바른 종사원이 조직적으로 봉사해 그 대가를 받는 기업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호텔건립은 그 진입 문턱을 낮춰 호텔 본연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서비스 질까지 떨어뜨릴까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4일 오픈한 D호텔은 상위 1% 고객을 타깃으로 총 84실의 객실을 보유, 1박 가격은 30만~50만원대에 이르는 ‘프리미엄급 레지던스 호텔’을 콘셉트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난 2009년 6월 오픈 한 도심형 프리미엄 시니어 타운을 일부 개조한 것이었다.

또 A 홍보대행사는 삼성동에 다양한 콘셉트의 독특한 디자인 공간 연출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오픈, 국내 특급호텔 홍보팀 출신인 이 대행사 대표가 전반적 마케팅과 운영도 맡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는 다수의 호텔 홍보와 호텔 콘셉트 및 브랜딩에도 직접 참여한 호텔 전문 경영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하지만 호텔이라는 업태가 위에서 정의된 대로 고객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특수 영역임을 감안한다면 ‘보기 좋은 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운 것은 본 기자뿐이란 말인가.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처럼 눈앞에 뻔히 보이는 ‘블루오션’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호텔은 서비스업종임을 상기해야한다. 아울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감안, 그들의 눈에 투영될 한국의 이미지까지 한 번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탐욕의 왕 ‘마이더스’가 되기보다는 호텔의 아버지 ‘세자르 리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