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금감원 '증시 살리기'에 한심한 엇박자

권혁세 원장 ‘돈맥경화’ 시달리는 시장에 침묵이 능사?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12 16:04: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이 빈사 상태의 주식시장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설 것인지 여부를 놓고 11일 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이날 주요 경제 매체들은 일제히 오는 20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증권유관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연기금의 주식투자 활성화 등 증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불과 하루도 못돼 “사실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싸늘해졌다.

지난 2월 8조원대에 달했던 거래대금은 이달 3조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국내증시가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린 통에 금융당국이 돈줄 틔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단비 같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일언지하로 이 같은 바람을 짓밟은 셈이다.

금감원은 12일 오전 해명자료를 내고 “권혁세 원장이 오는 20일 증권 유관사 최고경영자 감담회 목적이 증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라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예정된 간담회의 주요 안건은 금융투자업계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증시 활성화는 단순히 업계 입장만 들어서 될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와의 정책 조율이 먼저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는 금융당국 특유의 확대해석 경계,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중론을 앞세우기에 지금 상황은 심상찮다. 시장이 ‘돈(money)맥경화’에 시달리는 것은 불확실성에 질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달 10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864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평균인 6조8480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어지간한 경기 부양 정책으로는 투자자들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문제는 투자심리가 위축돼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라며 “시장이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호재마저 악재로 받아들이는 현상은 12일 코스피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이날 한국은행은 3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당장 물가 압력보다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그널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7월 옵션만기일과 더불어 장중 내내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 지수는 4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700선대로 주저앉았다. 이날 거래대금은 4조2000억원대, 여전히 올해 초 유동성 랠리 당시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한국은행이 나설 정도로 국내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소심한 손사래는 이 같은 시장의 비명을 애써 외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증권사 CEO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정도다.

   
 
이미 시장이 고사 직전에 몰렸고 중소형사의 경우 자체적인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금감원의 고루한 주장이 얼마나 힘을 얻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에 기대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확신이다. 지금 권혁세 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신중론보다 강력한 ‘시장 친화적 드라이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