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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스펙과 스토리,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오정근 코치 기자  2012.07.12 1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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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의 남자 소변기에는 파리가 붙어있다. 실제 파리는 아니라 그림이다. 남성들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반사적으로 파리를 조준하게 되어 소변기 밖으로 흘리는 소변 양이 엄청나게 줄었다고 한다.

책 <넛지>를 통해 소개된 내용이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남성들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말고 또 있습니다’를 붙여 놓아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게 만든다. 중국에는 ‘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라 하여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면 문명이 크게 나아간다’고 제법 스케일 있게 호소한다. 소변기 밖으로 제발 흘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하지만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파리 그림은 남성들의 사냥 본능인 원초적 심리를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어떻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는 누구에게나 초미의 관심사다. 부부, 부모나 자식, 상사나 부하, 남과 여, 갑과 을 모두 마찬가지다. 아마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온 화두가 아닐까 싶다.

대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코칭을 많이 경험하면서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은 정말 심각하다는 걸 정말 실감한다. 3, 4학년의 상당수는 휴학을 염두에 둔다고 말한다. 이유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덜 되어서 휴학기간 동안 흔히 말하는 자격증과 같은 스펙을 쌓겠다고 한다. 물론 자기 주관만은 아니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뒤쳐지지 않으려 필살기를 여러 개 장만하겠다는 심사다. 문제는 불안심리다. 진정 자신이 원하고, 자신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해보지 않고 내린 결정이어서 안타깝다.

남성들을 소변기 앞에서 파리에 집중하게 만들 듯 무언가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어인가요?”하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잘하는 것, 즉 강점이 무엇인가요?” 하는 물음도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 물론 대답이 쉽지 않다.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시간을 자꾸 딴 곳에 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답 찾는 것을 돕기 위해 “과거 동아리나 단체활동, 봉사활동, 군대생활 등 어떤 일을 통해 성취감이나 크게 만족감을 얻었는지 그 경험을 떠올려볼래요?” 하고 물으면 한 두 개씩은 대답이 나온다. 그 안에서 강점을 찾은 후 “그런 강점을 언제 또 경험했나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많이 놀란다, 자신에게 그런 강점이 있다는 것, 그런 일들을 좋아했다는 것을.

   

“그걸 더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하는 식의 질문에 훨씬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하겠다며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고, 적성분야에 맞춰 직장범위를 한정 짓고 그에 해당하는 경험을 쌓겠다거나, 혹은 자기 관심분야에 더 실질적 경험을 위해 인도나, 스페인으로 떠난 친구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스펙보다 스토리’,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만날 때 코치로서 정말 뿌듯하다.

오정근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 기업체 전문강사 / 심리상담사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