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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달걀 맞았다는 이상득의 "저런 사람들"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7.11 14: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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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결국 구속됐습니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요. 이로 인해 이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정권말이면 권력의 힘이 약해진다고들 하는데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구치소로 향하던 이 전 의원은 생각보다 당당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하고는 이내 입을 닫아버렸는데요.

이 전 의원의 도도함은 10일 오전 영장실실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났을 때 도드라졌습니다.

이날 이 전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내자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원 등 20여명의 피해자들이 이 전 의원이 법원에 도착하기 30여분 전부터 "이상득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이 전 의원이 나타나자 취재진과 함께 이 전 의원을 둘러싸면서 청사로 밀려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한 피해자가 이 전 의원에게 달려들어 "내 돈 내놓으라"며 넥타이를 잡아챘습니다. 뒤에 서 있던 다른 피해자들은 이 전 의원을 향해 물을 뿌리거나 날계란 2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언론은 앞다퉈 이 전 의원이 봉변을 당했다고 기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SBS 기자의 취재파일에 드러난 진실은 조금 다릅니다. 

해당 기자에 따르면 이날 이 전 의원은 넥타이를 잡히긴 했지만 달걀세례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던진 달걀이 취재진 쪽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이 전 의원은 피해를 면했지만 대신 이 전 의원 바로 옆에 있던 기자가 달걀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둘러싸여 넥타이를 잡힌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이 전 의원에게는 치욕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랬나봅니다. 아수라장을 뚫고 법정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상득 전 의원은 변호인과 법원 청원경찰들에게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경찰 역시 그래서 그랬나봅니다. 정권말 '끈 떨어진 연'으로만 알았던 이 전 의원 입에서 흘러나온 저 한마디에 "법원 직원도 계란 맞은 사람 있으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라고 지시했으니 말입니다.

실제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아챈 저축은행 피해자 등 2명에 대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들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법원 청원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호텔에서 밥 한끼 먹고 3억원을 받은 이 전 의원이 평생을 힘들게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눈 앞에서 잃어버린 그들에게 '저런 사람들'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부산저축은행이 홀라당 날려버린 서민들의 돈만해도 검찰 추산 10조원에 가깝습니다.

그 10조원 중에 3억원만 받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요?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맺힌 절규를 듣고도 넥타이 잡힌게 불쾌해 그들을 쏘아보며 분노했다는 이 전 의원.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으면서도 저런 도도함이라니… 아직도 '만사형통'이 끝나지 않은 줄 아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