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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에어캡 봉투' 같은 프리워크아웃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7.11 1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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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쇼핑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전통적 거래에서처럼 직접 물건을 사 들고 가지 않고 배송 전달을 받아야 한다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자연히 상품 포장 방법도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상자에 상품만을 넣어 배송을 하는 방식에(깨질 위험이 큰 물건이라야 상자 빈 틈에 완충재를 채우는 정도) 그쳤지만, 최근에는 내용물에 맞게 포장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취급 부주의나 기타 무거운 중량의 다른 상품으로 인한 파손이 일어나는 것을 대비해 에어캡(일명 뽁뽁이)으로 말아서 포장하는 방법, 변질을 우려해 각별히 신경써야하는 경우 아이스팩을 상품과 동봉해 비닐 포장하는 방법, 내용물이 액체일 경우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뚜껑을 테이프로 밀봉 처리하는 방법 등 내용물에 맞는 맞춤형 포장이 필요한 것이죠.
   
 

위 사진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이 봉투 안에 에어캡이 한 겹 더 들어가 있는 특수제작 봉투로 포장돼 배송된 것입니다. 물건을 에어캡 두루마리로 말아서 포장하던 방식에서 아예 쏙 집어넣으면 되게끔 미리 준비를 갖춰 놓은 셈입니다. 일손도 절약되고 효과는 비슷하죠.

이런 식으로 내용물 파손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맞춤형으로 대비하는 것은 우리 일상 어디나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경기가 계속 부진해지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려가 높아지자 은행권에서 부실위험이 큰 채무자들에 대해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장기 연체자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채무자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프리워크아웃 제도 등을 통해 가계대출 연체율이 낮아지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줄어들어 경영 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늦둥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일각에서는 ‘제도의 등장 속도’를 아쉬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가계부채는 1000조원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미리 대책을 세워 극에 치닫기 전에 속도 제어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당국의 안일했던 태도와 뒷수습은 어딘가 좀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에어캡으로 ‘누빔처리’된 봉투처럼 전담 제도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마저 마련되지 않았다면 언젠가 가계부채 관련 위기 상황이 터졌을 때 갑자기 쏟아진 주문에 문건들을 둘둘 포장하듯, 불난 호떡집처럼 어수선하면서도 미비하게 대처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금이라도 도입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잘 준비해 놨다가 문제가 있는 가계를 하나하나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포장해 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