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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플레어(Flare)가 산업화(化)의 횃불?

[제36강] 쉬운 말의 경영학 ‘안전관리1’

허달 코치 기자  2012.07.10 07: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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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자력 발전의 안전 문제가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후꾸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문제가 우리나라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보다는 좀 위험도가 낮다고는 하겠지만, 화학공장 특히 정유라든지 석유화학 공장 같은 시설은 항시 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인화성 물질인 기름, 석유화학제품 등을 다루는 까닭도 있지만, 높은 온도, 높은 압력 조건 하에서야 물질들을 반응시켜 더 유용한 물질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뿐이 아니라 어떤 공정은 섭씨 영하 200도 밑으로 내려가 절대 0도(섭씨 -273도)에 접근하는 낮은 온도에서 운전되기도 한다.

화학공장 구경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공장 한 구석에 보면 시설과 상당한 간격을 확보한 곳에 거대한 굴뚝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하여 플레어 스택(Flare Stack)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불꽃 굴뚝'이니, 폐(廢)가스를 태워 없애는 굴뚝이다.

정상 운전 시에는 불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아서 불이 붙어 있는지 꺼져 있는지 어두운 밤에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공장 운전에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기면 사고 부위 탑조류(塔槽類)에 달린 압력조절 밸브(valve)가 자동으로 열리는 까닭에 폐가스의 양이 늘어나서 그 불꽃 크기가 수 미터 내지 수십 미터 크기로 늘어나, 육안으로 확인될 뿐 아니라 주위의 지표면까지 복사열이 전달되어 부근에 잘못 접근하면 자칫 화상(火傷)을 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공장의 굴뚝에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정유 공장을 처음 지어 운전할 때(1965~68)는 우리나라에 프로판, 부탄 등 LPG의 수요가 개발되기 이전이라 이를 회수하지 않고 전부 굴뚝을 통해 태워버릴 수밖에 없었는데(아까워라), 따라서 굴뚝 불꽃의 길이가 항시 장대(長大)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거대한 봉화(烽火) 불을 올린 것 같은 대단한 장관(壯觀)이었다.

당연히 그을음(燃煤)도 대단하여 정유공장 부근 주민들은 빨래를 집밖에 널지 못할 뿐 아니라 집 안팎에 검댕이가 쌓이곤 하여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 같으면 명백한 공해(公害)라, 주민 소원(訴願), 환경단체 등쌀에 공장 운전이 불가능할 형편이겠지만, 당시에는 이를 '산업화(産業化)의 횃불'이라고 명명하여 울산시가 산업화의 표상(表象)으로 자랑 삼았으니, 주민들은 어디다 하소연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러니도 있었다.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공장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안전시설인 이 플레어 스택(Flare Stack)의 크기는 어떻게 정할까?

공장이 중대한 운전 상(上) 사고를 당해 긴급조업중단(Emergency Shutdown)에 돌입하는 가혹(苛酷)한 조건을 상정하여 이때 방출되는 '모든' 폐가스를 소각 처리할 수 있도록 그 크기를 키워놓게 된다. 통상 운전의 조건에서 필요한 소각 능력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과잉 능력이지만, 이 '굴뚝'의 설치 목적은 '안전관리'가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뒤집어 이야기 하면, 생산제품의 원가에는 이 안전과 관련된 숨은 투자(Sunken Investment)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할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지만, 개발도상국의 산업 경쟁력에는 이와 같은 안전비용, 공해방지비용, 환경관련비용 등을 원가에 과소 계상(計上)한 어드밴티지가 상당 부분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산업도 개발도상에 있는 상당기간 동안 이 어드밴티지를 활용하였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상황이 반전하여 분야 별로는 세계 표준을 상회하는 가혹한 규제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체계에 만연하고 있는 안전불감증은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화학공장은 한번 폭발하게 되면 그 인적, 물적 손실이 막대하고 환경오염의 결과 역시 대단히 엄중하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안전관리'를 지상(至上) 목표 삼아 시설을 설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사고 확률에 비해 엄청나게 과잉 설계된 시설(이런 시설을 금 도금한 공장, Golden Plate Plant라고 부른다)을 갖게 되고 그 결과는 원가경쟁력에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러므로 '안전관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기업 본연의 목적인 이윤극대화를 고려에 넣지 않으면 이미 관리(Management)의 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기조(基調) 하에서 최종현 사장학의 '안전관리'는 아래와 같이 정의 되었다. 
 
안전관리의 정의
 
기업의 인적, 물적 손실과 환경오염이 없도록 사고를 예방하고, 발생시 그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1. 인적손실이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종업원의 사망과 상해를 말하며, 작업환경으로 인한 직업병을 포함한다.

2. 물적손실이란 사고로 인한 재산 상의 직, 간접 손실을 말한다.

가. 직접손실이란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발생하는 재산손실을 말한다.

나. 간접손실이란 사고의 처리와 복구 등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 손실, 조직분위기와 종업원의 의욕 저하 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예상수익의 감소, 대외적 신용 실추 및 기업 이미지 저하 등을 말한다.

3. 환경오염이란 기업에서 발생시키는 대기, 수질 및 토양오염과 소음, 진동 등으로 공중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4.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것은 사고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조사, 연구를 하여 완벽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빈틈없고 야무지게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 가능한 한 많은 사내, 외의 사고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고유형별 원인, 피해, 조치 및 파급효과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나. 각 사업장이 가진 사고의 가능성과 사람 설비 및 관리의 불안전 요인을 빠짐없이 찾아내어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철저한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 사고발생의 조기발견 체재를 구축하고, 발생시 신속, 정확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빈틈없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라. 안전과 관련된 설비, 장치 및 도구의 사용이나 규정 등의 시행은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 조사, 연구에서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관리활동은 수시, 주기적으로 점검, 확인하고,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5. 안전관리는 이윤극대화를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전 또는 환경관리라는 미명하에 과도한 투자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경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