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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이쯤은 돼야 ‘기적의 7전8기’ 피엔티 김준섭 대표

40대 실직자, 대출 5000만원으로 시작…연매출 700억 기업 ‘우뚝’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7.06 17: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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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제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구조조정에도 불구 2003년 부도가 났어요. 졸지에 40대 실직남이 돼 버린 거죠. 월급 미납은 물론 퇴직금도 없었기에 은행에서 빌린 5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의 피엔티예요.”

기계 제조업체 피엔티(137400)가 4일 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얻고, 이날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2003년 12월 회사 부도로 후배 4명과 함께 설립한 구미의 한 조그만 기업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매출액 7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우뚝섰다.

그러나 피엔티의 기적같은 스토리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는 평범한 이 시대의 가정이었던 김준섭 대표(48)가 있다. 신화의 주인공인 김 대표를 지난 6월말 여의도 중식당에서 만났다. 

◆임대로 시작한 사업…10년후 상장사로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다니고 대구와 구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준섭 대표(사진)는 해외 유학파도 공학박사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기계공학’이라는 한 분야를 묵묵히 걸어왔다. 대구의 공업 명문 경북기계공고를 졸업했으며 국립금오공대에 진학,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1990년 서통그룹의 계열사 서통테크놀러지에 입사해 부도처리가 되기 전까지 16년간 몸담았다. 서통테크놀러지 설계팀 팀장을 역임하며 현재 피엔티의 기반이 된 포장용 필름에 대한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건물과 시설장비 임대로 시작한 기업이 피엔티예요. 이만큼 성장한 것에도 기적이라며 박수를 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독일 등 선진국들의 경우 원천소재 개발에 40~50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고작 10년인 걸요.”

모회사인 서통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피엔티는 장비 관련 원천 기술 보유와 선도개발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제조 설비를 국산화 시킨 국내 1호 기업이다.

롤투롤 장비기술을 보유한 피엔티는 소재에 따라 여러 분야의 장비를 생산할 수 있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롤투롤 장비는 회전률을 이용해 각종 소재를 감고, 자르고, 코팅하는 장비로 △일반소재 △전기·전자 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소재 등 활용범위가 넓다.

대신증권 권명준 연구원은 피엔티에 대해 “롤티롤 기술을 활용해 일반소재, 산업소재, 반도체로 산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전방산업 확대, 장비의 국산화 정책, 정부의 소재산업 지원 등에 따라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초’ ‘유일’…과감한 R&D 덕분

피엔티는 ‘소재 제조 설비의 국산화 선도기업’, ‘전공정 설비를 납품할 수 있는 유일기업’, ‘국내 최초 특수박 도금기술 성공’ 등 ‘최초’와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이는 김 대표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관련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엔티 전체 직원 134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은 98명으로 R&D 인력 비중이 80%에 가까울 정도로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인력의 60% 이상이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로 업계 최초로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도 기존 및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R&D 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모자금은 기존 사업에 대한 강화 및 해외장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신규 사업 진출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소재산업 규모가 1조가 넘는 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매출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영전략을 통한 마진 극대화보다는 기술 중심의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저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도 커요. 공대 출신이 제가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싶어 경영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도 했으나 아직까지는 그럴 규모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꾸준히 기술 선도에 앞장 설 계획입니다.”

◆스팩 합병 추진했지만 ‘고배’

피엔티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상장을 준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로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피엔티는 하나그린스팩(SPAC)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에 나섰지만 상장에는 실패했다.

“스팩 상장 실패 직후 상장에 대한 생각이 없어졌어요. 혹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시장에 좋지 않으니 내년에 상장하라는 조언도 많았죠. 그러나 투자계획 등 하고 싶은 거 많았어요. 같이 스팩을 준비했었던 하나대투의 설득도 있고 해서 상장을 준비하게 된 겁니다.”

   
 
지난해 화신정공을 시작으로 합병스팩 1호가 탄생하면서 스팩을 통한 상장에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으나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연이어 추락하거나 합병이 무산되면서 스팩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우려를 사기도 했다.

스팩은 기업인수합병(M&A)만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로 상장하게 되며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3년 이내에 비상장 우량기업과 합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스팩은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별도로 예치해 관리, 원금과 3년간의 이자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상장을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 이에 번번이 주주들의 반대로 실패, 스팩이 무산된 경우가 발생했다.

스팩 상장 준비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법 하지만 김 대표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스팩 상장 준비를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모르던 부분도 많았고요. 덕분에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해외시장 꿈…“갈 길 멀어”

최근 4년간 연평균 54.5%의 높은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상장을 발판 삼아 수출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것.

“최근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기업에 핵심소재 생산 장비를 납품하고 있으며 거래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상장 계기 중 하나가 상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해외 인지도 부족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향후 일본 등 거래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한 피엔티는 향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장비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마지막으로 기대보다 낮았던 희망공모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피엔티의 희망공모가 밴드는 1만4000원~1만6000원으로 스팩 추진 당시 합병가액이었던 1만6003원에 비해서도 낮은 편.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에 공모가는 1만7000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공모가에 대해 큰 불안은 없어요. 같이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대로 만족하고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소재산업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다는 생각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