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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한국 진출설…불가피한 격돌에 걸림돌은?

전자상거래관련법령 개정 임박, 시장점유율 변화여부 관심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06 1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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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 최대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이 한국에 진출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출 형태와 시장점유 확장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적인 오픈 마켓 이베이에는 원래 자금의 안전 결제 시스템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베이의 이런 기능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맡는 것이 페이팔 결제 시스템이다. 나름대로 간단한 구조지만, 국내 사용자들이 익숙한 우리 결제 방식과 비교하면 구조가 낯설다는 평도 있다.

   
페이팔의 경우 원래 선결제 구조에 기반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되는 점은 제약으로 읽힌다. 한국 가맹자가 사용할 수 있는 송금용-수신용 협조 카드망의 표시.
지난 봄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페이팔이 일본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을 타진과 함께 인력 채용 관련 소식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월9일 소프트뱅크와 페이팔이 모바일 결제 전문 합자사 ‘페이팔 재팬’을 설립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자금은 반씩 출자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와 우리 시장 진출 가능성은 다르지 않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페이팔의 경우는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유통 사업과 페이팔의 결제 시스템을 결합해 일본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깐 것이다.

더욱이 한국 시장은 현재 전자상거래 관련 규정 개편이 임박해 향후 발빠른 진출을 못하는 경우나 합작사를 찾는 문제에서 실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페이팔, 이니시스에 선점당해?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느라 신용카드 대신 페이팔을 활용해 본 경우는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페이팔 서비스는 쇼핑몰마다 신용카드 번호를 알리는 국내 서비스와 달리 한번 신용카드를 입력하면 페이팔 계좌끼리 송금, 입금,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혀 왔다.

또 페이팔의 경우 인증 절차가 엑티브 엑스를 반드시 요구하지 않는 등 우리와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페이팔 본질은 선불결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페이팔에서 계좌를 만들어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그 한도 내에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카드쪽으로도 확장된 형태다.

처음 계좌를 만들어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1달러 미만의 소액을 결제시킨다. 카드사에서 청구서를 보면 이 거래에 대한 네 자리 숫자를 받을 수 있고, 이를 갖고 페이팔에 등록, 이 카드를 내가 갖고 있다(실제 주인)라는 것을 확인한다. 이런 페이팔식 ‘본인 인증’ 과정은 암호화된 보안서버(https)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공인인증서나 ISP 비밀번호가 본인 인증 과정을 대신하는 경우와 다르다.

국내에서는 공인인증서 사용 상거래에 관련한 불만이 잠재돼 있었으나 시장 크기 제약 등으로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이 영역의 결제 인증 문제가 논란이 됐다.

아이폰에서 특히 문제가 됐는데(엑티브 엑스를 불러와 쓸 수 없는 형편),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이 애플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자금융 등을 지원했다. 이를 일종의 편법 지원이 등장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던 중 기업호민관실에서 반발하는 등으로 스마트폰 결제 문제와 관련, 2010년에 행정안전부의 엑티브 엑스 유지 방침이 뒤집히면서 스마트폰에서도 공인인증서 의무화는 풀렸다.

이 당시 바로 페이팔이 진출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시장의 결제 환경 문호가 열렸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페이팔에 처음 가입하면 소액을 송금하는 형식으로 인증에 필요한 번호를 통지받게 된다. 인증서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안심할 수 있는 확인 방법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최근 안심결제 등으로 매번 인증을 할 번거로움이 일부 줄어들면서 이런 페이팔의 매력도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체적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류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전자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규제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금융기관과 전자금융업자가 자율적으로 인증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사실상 지금까지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용자 인증, 서버인증, 통신채널 암호화 등을 할 수 있는 체계가 받아들여진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2010년 개혁안은 △금융거래 시에는 당시까지의 엑티스 엑스 공인인증서 및 당국의 기술가이드라인을 통한 방식을 통한 인증 △30만원 미만 상거래 결제 시 별도의 인증 없이 결제 가능 △3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상거래 결제라 해도 인증 절차 사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일부분 열린 시장 틈새의 경우 2011년 봄부터 KG이니시스에서 간편결제 서비스에 나섰다. 이 서비스는 신용카드 결제마다 카드번호, 비밀번호, CVC값 등 여러 단계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고 복잡한 인증과정을 거친 점을 위 결제의 간이화 조치를 적극 사용해 간단히 만들었다는 게 매력이라고 해석된다.

즉, 신용카드정보를 사전에 한번만 등록하면 추후 결제 시 복잡한 절차가 없이 개인 휴대전화에 전송된 SMS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금년에 100만명 가입자를 돌파한 바 있다.

이렇게 간소화된 카드 결제 방식으로 시장 수요가 몰린 가운데, 금년 8월부터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자의 ‘에스크로(구매안전서비스)’ 결제 가입이 의무화되는 방향으로 규정 강화가 진행된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 변경도 이때 적용되는 것이다.

결국 페이팔이 8월 이후에 한국 시장에 위용을 드러낸다고 하면, 이 같은 시장 상황과 에스크로 강화 국면을 모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여야 시장을 점유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선결제시장서 국내 통신사-PG사 이미 협력

하지만 작년부터 KT와 한국사이버결제가 업무 협력을 하고 있는 점에서 미국식 전자결제 모델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분에서의 페이팔만의 특색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전국에 280여개의 지사를 갖고 있는 KT에서 가맹점 유치와 통신망 제공, 이니시스에 이어 PG 부문에서 순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사이버결제가 전자결제 솔루션과 단말기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컨버전스를 시도하면 페이팔이 독자적으로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이미 이니시스의 경우도 신한카드와 손잡으면서 간편결제를 시작했고(PG+카드), 통신과 PG 결합도 이어지면서 새 협력자를 찾는 방향으로 진출이 본격화된다 해도, 일본에서의 소프트뱅크+페이팔 기대감 같은 상황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