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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상의 영웅들: 친근한 영웅이 필요하다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7.06 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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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신문에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문제가 신문에 자그맣게 실렸다. 내용은 이렇다.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낸 '김백일 장군 동상철거명령 및 철거집행계고처분 취소'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김백일 장군은 1950년 10월 1일 최초로 38선을 돌파했고,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날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 철수 작전 때 급박한 상황에서 미군 장군을 설득해 피란민 10만명을 함대에 승선시켜 거제도로 피란시킨 인물이다.

한편, 그는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 장교로 근무했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해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런 행적으로 그는 친일파로 분류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그가 아니었다면 10만명의 주민과 그 자손들은 지금까지 북한 치하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의 동상을 세워 공적을 기리고 감사하는 것은 옳다.

반면 그의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가 만주군 장교로 근무할 때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설대 창설 주역이라,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기념관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여성이 보행보조기를 차고 16일 동안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5년 전 낙마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클레어 로마스(32세)는 5월8일 런던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했다. 4월22일 출발선을 떠난 이래 꼭 16일 만이었다 3년 전에 결혼한 남편은 내내 아내와 함께 걸었다.

로마스는 자신처럼 하반신이 마비된 이들의 치료를 위한 연구기금을 모으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하고, 3개월 전부터 걷는 연습을 했다. 연습 초기엔 하루에 30걸음밖에 걷지 못 했다. 하지만 이번 마라톤에서는 16일 동안 총 5만 5천 걸음을 걸었다.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결심하고 연습할 때만해도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난 후에는 매일 묵묵히 걸었고 한 걸음 더 걸을 때마자 조금씩 결승점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했다.

마흔 살 김수림씨, 그녀는 여섯 살에 청력을 잃어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역경을 딛고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그녀의 삶은 고등학교 졸업 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에 가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그녀의 영어실력은 ABC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녀를 위해 특별히 초빙된 할머니 선생님은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법을 가르쳤다. 귀 대신 눈과 손으로 상대방의 입술과 혀의 움직임을 보고 말을 배웠다. 김씨의 영어실력은 6개월 만에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김씨는 살아남기 위해 일본어를, 살아갈 무기를 손에 넣기 위해 영어를, 보다 많은 친구를 만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스페인어를 익혔다. 영국에서 2년간 어학연수를 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한 제지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4년 후 우울증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년간 30개국을 여행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외국어 능력을 살려 동경에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살면서 포기해야 할 것은 없다')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세계 방랑 때 만난 사람들 덕분에 이 책을 쓰게 됐어요. 같이 여행하면서 제 사연을 말하면 다들 놀랐어요. 그러면서 자기들도 의욕이 생겼다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삶에서 힘을 낸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전율했어요."

미국 어린이들에게 장차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물으면, 소방서원이 되겠다는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소방서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영웅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마스와 김수림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놀라운 의지로 다름 사람들에게 희망, 감동, 용기를 준 점에서, 난 이들을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 어린이들의 뇌리에는 어떤 사람이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영웅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도 중요하지만,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마음을 기댈 '보통 영웅'의 필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영웅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왜일까? '영웅은 태어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고 있다.

우헌기 코칭칼럼니스트 /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