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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낙서와 매출급상승, 어떤 관계일까?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7.06 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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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네마다 즐비한 배달음식 전문점 때문인지 즐겨 찾게 되는 간식으로 피자와 치킨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항상 상위 클래스를 지켜온 간식이 있는데요.

바로 원조 국민간식으로 불리며 여전히 절찬리에 판매 중인 ‘떡볶이’입니다. 시대적 흐름에 그 모양 또한 치즈떡볶이, 카레떡볶이 등 변화무쌍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죠.
 
가뭄에 단비가 그저 고맙게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늦은 오후 창밖을 보며 간단한 요깃거리로 떠올리기에 제격인 메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떡볶이도 분명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길거리 또는 분식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먹는 떡볶이가 제일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냄비 안 떡볶이와 삶은 달걀, 쫄면에 어묵이 조화를 이룬 즉석떡볶이라면 당장이라도 입 안에 침이 고일 겁니다.

이런 생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컨테이너박스가 변신한 동네 즉석떡볶이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연신 땀을 흘려가며 정신없이 매콤한 맛을 음미하고 있던 찰나 온통 낙서로 가득한 벽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중 ‘사귄지 1일에 데이트 옴’이란 낙서가 눈에 띄었죠. 바로 위 그림도 아마 이 낙서의 주인공 작품이 아닐까란 유추를 해봅니다.

가게 사장님께 여쭤보니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의 작품일 거에요”라며 “요즘 애들 참 빨라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가게 근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들어섰고, 이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그만큼 확률이 높다는 설명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사장님 말씀에 공감하며 한참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문득 ‘낙서’라는 두 글자의 또 다른 모습을 떠올렸는데요. 분명 낙서는 글이나 그림 따위를 장난으로 아무 데나 쓴다고 알고 있지만, 이 글에는 엄연한 사실이 담겨있습니다.

조금 더 확장적 사고를 해본다면 무의식중에 끼적이는 글이나 그림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낙서는 사실과 또 다른 정보가 형상화됐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화장실에 쓸데없이 적힌 낙서에도 정보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이죠.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칠판과 사인펜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아예 별도의 ‘낙서 룸’을 만들고 있는 기업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내놓은 방안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9년 응용인식 심리학이라는 잡지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자로 표현된 정보보다 낙서로 표현된 정보가 더 오래 기억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는데요.

이 때문일까요. 페이스북은 사무실 벽을 개조해 칠판으로 바꾸고,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표현은 만화나 도표일 수도 있고, 특이하게 쪽지를 붙여놓는 직원도 있다고 하는데요.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회사들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직원들이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디어를 생생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그래픽 전문가를 불러 스케치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래픽 기록가(graphic recorder)라는 전문직업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낙서를 민속학적 의미로 풀어보면 우리 선조들도 이미 낙서를 통해 풍자와 해학을 즐기신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낙서도 매력적인 습관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