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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자본주의 n.0에 대비하려면

[제35강] 쉬운 말의 경영학 ‘연구개발관리 2’

허달 코치 기자  2012.07.06 13: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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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러나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종현 회장이 '경영법 연구'를 연구개발의 대상으로 꼭 포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실로 필자에게도 의외였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라.

기업을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의제(擬制)된 인격체로 파악하고 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이기적인 기업과 그 생존기계인 구성원 사이에 승-승의 관계를 설계하여야 한다는 것을 앞에서 누누히 설명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 설계 자체가 터무니없이 낡은 것이 되는 변화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자본주의 4.0 이라든가 뭐라든가,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여건을 바라보면 다음 밀레니엄에서는 '기업'이니 '구성원'이니 하는 개념 자체도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고 만다.

'천년 가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밀레니엄을 가로질러 논위(論謂)하다 보니 문득 스티븐 호킹이 2000년을 보내며 미국 백악관에 초청 받아 한 새 밀레니엄에 관한 연설의 내용이 생각난다.

여러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강렬하게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다음 밀레니엄에서는 인체의 유전자 조작을 받아들인 인류와 이를 거부한 인류라는, 두 종류의 인류가 공존하는 기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사진은 개미 연구가들이 개미의 거대한 왕궁을 발굴하는 장면.
재미 삼아 상상해 보지만 유전자 조작을 받아들여 인류가 바뀐다면, 자본주의n.0은 어떤 모양이 될까? 개미 연구가인 소설가 베르베르나에게 물어보면 개미 사회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개미는 벌써 수억년 전에 유전자 조작을 받아들여, 여왕벌이 일개미, 병정개미, 영양저장개미, 유모개미 등 필요에 따라 필요한 종류의 개미를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니 말이다.


천 년의 span을 가지고 보면, 인류도 다소 바뀌고, 사회도 바뀌고, 의당 기업도 바뀔 것이다.

그래서 '최종현 사장학'에서는 경영관리기법(이념과 체계 자체를 다 포함)도 연구개발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정의를 생각해내게 되었다.

아래에 소개한다.

연구개발관리의 정의

이윤극대화를 위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상품의 품질 또는 원가를 혁신하거나, 경영관리 기법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1.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지 않던 상품을 탐색, 선별, 평가, 결정하여 상품, 자재 및 공정을 설계하고 설비를 갖추고 운전방법을 찾아내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 기존 상품의 품질을 혁신한다는 것은 우리 상품의 선호도를 높여 매출량을 늘리거나 매출 단가를 높일 수 있도록 상품의 기능, 성능, 형태 등을 개량하는 것이다.

3. 기존 상품의 원가를 혁신한다는 것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이윤폭을 크게 할 수 있도록 대체자재의 개발, 기술(공정, 설비, 운전방법) 혁신 등을 통하여 단위 당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4. 경영관리기법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SKMS의 수정, 보완 및 이의 운영요령을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관리기법을 만드는 것이다.

<운영요령>

1.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낼 때는,

가. 경험이 없어 생소한 분야보다는 기존상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개발이 용이하고 성공도가 높은 것부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나. 성장성이 있고 장기간 독점성이 유지되는 상품을 가장 선호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품은 기술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이며, 그 기술은 조직운영을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이어야 한다.

다. 장기경영계획과 부합하여야 한다.

2. 연구개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가. 관련된 착상을 얻거나 불필요한 연구개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나. 기초연구보다 응용연구, 응용연구보다 개발연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 Risk Hedging(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안, 차선책의 강구 등)을 잘 해야 한다.

라.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기술, 인력, 자료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3.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하려면,

가. 연구개발의 책임은 최고경영자가 져야 한다.

나. 연구개발 성과가 좋을 때에는 관련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포상을 해야 한다.

4. SKMS를 수정, 보완하거나 이의 운영요령을 개발할 때에는,

가. 전체적인 체계 및 경영기본이념에 대해서는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나. 경영관리요소는 각 사가 특성에 맞게 개발하되, 공통적인 부분은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한다.

앞서 말한 개미의 비유를 다소 참조한다면 '경영관리기법의 발전'이라는 표현은 이 역시 '혁신'을 포함하도록 수정하면 어떨지?

연구개발을 이야기 하는 장(章)에서 왜 정작 중앙연구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느냐 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가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종현 회장은 과학자들을 좋아했고, 많은 해외의 석학,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그들의 통찰(Insight)에 귀 기울였으며 또한 이들을 연구개발 업무 뿐 아니라 다른 목적에 중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위와 같은 '연구개발관리' 정의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던 이유를 곰곰이 삭여보시기 바란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기업 R&D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계한 그의 어록과 연결 지어야 그 해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