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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국 ‘금리인하’로 뭉쳤지만…“어려운 살림만 드러낸 셈”

中 2개월 연속 금리 낮춘데 이어 지준율 추가 인하 나설 듯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7.06 10: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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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럽중앙은행(ECB)와 중국 인민은행, 영란은행(BoE)가 5일(현지시간) 일제히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조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 중 대부분은 시장의 예상이 적중한 데 그쳤고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경기 악화를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시장은 더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요구하면서 간극이 상당하다.

◆“中 빼고는 새로울 게 없다”

5일 ECB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대비 25bp 인하한 0.75%로 조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도 같은 날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25bp, 31bp 내렸다.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대신 자산매입 한도를 기존보다 500억파운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조치가 지난 EU정상회의에 이어 글로벌 중앙은행이 나선 국제 공조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해당 국가의 경기 불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 조치라는 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유로존 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을 우려한 행보”라며 “글로벌 당국 간 정책 공조 성격은 강하지 않지만 중앙은행 차원에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 김지연 연구원은 “이번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조치는 예상보다 자국 경제가 악화됐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추가 경기 부양책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ECB와 영란은행이 내놓은 조치는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경기 부진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강력한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ECB가 ‘다른 어떤 비표준적인 조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밝히면서 3차 LTRO(장기대출프로그램)나 국채매입방안에 대해 논의되지 않았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공 연구원 역시 “중국을 제외하고 ECB와 영란은행 조치는 예상했던 수준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ECB는 금리인하와 함께 추가 조치를 기대했던 상황이라서 이미 나올만한 재료를 확인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ECB가 추가 부양 여지를 열어두지 않으면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된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갖고 있는 경기부양 카드를 좀 더 필요한 상황에서 쓰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유럽은행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약해졌기 때문에 당분간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뉴스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中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 “상황 심각”

시장은 오히려 유로존보다 중국 움직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서 5월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고 지난달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던 인민은행이 2개월 연속 금리인하 카드를 꺼낸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중국의 이번 금리인하 배경은 6월 물가지수가 2%대 둔화가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고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역시 다음 주 발표될 2분기 GDP와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탓에 중국 당국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7%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종합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당초 중국이 지준율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두 달 연속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내린 것은 예상 밖”이라며 “2분기 GDP 실적이 상당히 부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성연주 선임연구원은 “이번 중국 금리인하 조치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라며 “역대 처음으로 대출금리 인하폭을 확대한 것과 장기 예금금리 인하폭을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1년 만기 대출금리만 31bp로 인하폭을 확대했고 대출금리 할인폭도 20%에서 30%로 하향조정했다.

성 연구원은 “이는 인프라와 부동산 등 실제 투자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금금리 인하폭이 확대된 것 역시 민간 소비를 부추기려는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금리인하에 이어 이달 안에 지준율 인하 등 추가 유동성 확대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LIG투자증권 김유겸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했었다”며 “당시 경제지표 결과가 좋지 않아 이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다음 주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차등 인하도 실질 예금금리 하락에 따른 자금 부족을 완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글로벌 중앙은행의 잇따른 공조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확대 정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기에는 각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박형중 팀장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안전자산에 투자됐던 자금 일부가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경기 상승에 대한 확신이 아직 낮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