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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국 최고 소믈리에' 탄생 현장 가보니…

와인전문가 등용문…국내 내로라하는 소믈리에 치열 경쟁속 2연패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7.06 09: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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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5일 많은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국내 최고 소믈리에를 가리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열린 것.

올해로 11회를 맞은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프랑스 농식품수산부(MAAP)가 주최하고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 이하 소펙사)가 주관하는 행사다. 지난 10여년간 매년 비약적인 발전들 거듭하며 국내 최고 와인 전문가를 탄생시키는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대회 시작 전부터 대회장 앞에는 많은 참관자들이 모여 입장을 기다리기도 했다. 대회 예정시간인 오후 1시를 조금 앞두고 대회장 준비가 모두 끝나면서, 참관자들과 함께 대회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제11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에는 25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은 소믈리에 8명(남성 6명, 여성 2명)이 진출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은 예정시각보다 약 15분가량 늦은 1시15분경 막이 올랐다.

본 대회에 앞서 장 샤를 크루엥(Jean-Charles CROUIN) 소펙사 아시아 총괄 대표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한국에서 10여년간 진행되며 와인을 소개해왔듯 향후 10년간도 한국 알려나가는 기회로 만들어나갈 것이다"며 와인에 대한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제11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전문 소믈리에 부문과 일반인(어드바이저) 부문 등 총 2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일반인(어드바이저) 부문은 결선대회 없이 1차와 2차 예선만 진행돼, 이날 결선에서는 전문 소믈리에 부문 진출자들의 경쟁만 이뤄졌다. 

올해 대회에는 총 203명의 전문 소믈리에가 응시했다. 이들 중 지난 3월13일 1차 예선을 통해 26명의 소믈리에가 2차 예선에 오른데 이어 5월25일 치러진 2차 예선에서는 8명의 소믈리에가 결선대회 진출 티켓을 따냈다. 총 25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은 8명의 결선 진출자들은 이날 결선 대회를 끝으로 약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실제 호텔 레스토랑을 옮겨놓은 듯한 결선 대회 무대에서 김흥수 소믈리에가 평가를 받고 있다. 원형 테이블에 앉은 심사위원들은 소믈리에들의 실전 능력을 평가했다.
결선대회 무대는 고객 응대 및 서비스 능력과 메뉴에 따른 와인 추천능력, 소믈리에로서의 애티튜드 등 전반적인 실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제 호텔 레스토랑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무대 중앙의 원형 테이블에는 심사위원 6명이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 역할로, 소믈리에가 현장에서 겪는 상황들을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8명의 소믈리에는 대회 당일 오전 제비뽑기를 통해 참가 순번을 결정지었다. △고객 응대 및 서비스(1단계, 7분) △메뉴에 따른 와인 추천(2단계, 5분) △와인 판매를 위한 설명(3분) 등 총 3단계로 진행되는 시험항목에 따라 8명의 소믈리에는 한 명씩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평가받았다.

결선 무대 순서는 △김흥수 소믈리에(클락 16,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하창원 소믈리에 (로비라운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최은식 소믈리에(정식당) △김윤기 소믈리에(애스톤하우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유승민 소믈리에(스카이라운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이소리 소믈리에(노아비스트로) △이승훈 소믈리에(비나포) △이수정 소믈리에(비나포)가 차례대로 시험을 치렀다. 

   
와인에 관심이 많은 참관자들이 대회장을 찾아 와인전문가 등용문이라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이들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동료들은 플래카드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열띤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8명의 소믈리에는 3단계 시험항목에 따라 와인 테스팅과 브리딩(와인을 산소와 접촉시켜 와인의 향과 맛을 깨워주는 작업),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 시음 후 와인판매를 위한 설명을 진행했다. 시험 중간 중간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질문과 주문에 몇몇 소믈리에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능숙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결선에 참가한 8명의 소믈리에는 대회 직전 박수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펼쳤다.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를 겨루는 자리인 만큼 쟁쟁한 실력자들로, 모든 참가자가 무난하게 실력을 뽐냈다.

한편, 결선대회 참가자 8명 중 2명이 여성 소믈리에로, 참관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소리 소믈리에는 열띤 응원에 수줍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무대에 올라서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승화시켜 박수를 받았다. 이수정 소믈리에도 남성 소믈리에와는 또 다른 섬세한 맛과 향 표현으로 참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이승훈 소믈리에.
또, 이수정 소믈리에의 남편이자 지난해 대회 우승자인 이승훈 소믈리에의 순서는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수상자답게 브리딩하는 동안 여행 경험을 토대로 와인을 소개하기도 하고, 와인판매를 위한 설명 시험에서도 다른 경쟁자보다 많은 지식을 뽐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모든 참가자의 시험이 끝난 뒤, 시험에 제시됐던 와인이 공개되며 소믈리에들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또, 보르도·아끼덴 지역 소믈리에 협회 장 파스칼 포베르(Jean-Pascal PAUBERT) 명예회장은 대회 리뷰를 통해 소믈리에들의 무대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진행, 소믈리에들을 집중시켰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최종 5명의 소믈리에가 '2012 국내 최고 소믈리에'로 선정됐다. 1위 수상은 지난해 대회 1등 수상자인 이승훈 소믈리에로, 2연패를 달성했다. 또 최은식, 이소리, 김흥수, 이수정 소믈리에 순으로 2~5위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 최고 소믈리에 5명에게는 MAAP와 보르도·아끼덴 소믈리에협회(UDSF B.A)에서 발급하는 인정서와 알자스, 론, 남 프랑스 현지 와이너리 연수기회가 주어진다.

시상자로 나선 장 파스칼 포베르 명예회장은 "와인문화 전파의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 소믈리에 대회를 심사하는데, 매년 소믈리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대회를 통해 배출된 소믈리에들이 일반인들에게 와인의 즐거움을 널리 전파해 한국의 와인 문화가 발전하고 프랑스 와인이 더욱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