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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프린트 김종인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7.06 08: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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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출판계에는 임프린트라는 용어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회사 안팎의 능력 있는 기획자나 편집자를 초빙해 자기 회사가 평소에 잘 해 오지 않던 영역을 개척하는 제도다. 회사 내의 회사로도 볼 수 있다. 원래 미국의 출판계에서는 작은 출판사를 M&A한 결과물로 임프린트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 제도의 좋은 점은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는 게 용이하다는 데 있다. 본사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특정 영역에 뛰어들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프린트 설립이 적당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순문학쪽에서 일가를 이룬 민음사가 장르소설(추리나 판타지 등의 영역)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임프린트 황금가지를 둔 경우나, 학습지로 유명한 웅진씽크빅이 문학에디션 뿔을 만드는 등 우리 시장에서도 적잖은 임프린트들이 명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임프린트에도 그림자는 있다. 상업성 논란 일명 '서바이벌 최우선주의'가 그것이다. 임프린트는 일정한 성과를 기대해 만든 조직이므로 성과가 좋아도 속된 말로 본전인 반면, 조금이라도 퇴행의 기미가 보이면 바로 사라진 위기에 처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진지하게 출판 본연의 자세를 생각하기보다 '실적'을 지나치게 의식할 수 있다는 뜻이며 상업성에 매몰된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최근 새누리당의 '박근혜 캠프'가 매머드급 출범을 해 눈길을 끈다.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김종인 박사. 공동 선대위원장이 됐고, 정책위원장을 겸직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바로 그 개념을 가장 많이 연구한 인물 중 하나다. 현행 헌법의 관련 규정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지만, 이한구 의원과 김 선대위원장이 최근 설전을 벌이는 등 새누리당의 기조 자체가 경제민주화에 관련해 완전히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임프린트 형식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비유할 수 있느  김 선대위원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어떤 결과물을 내고 또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그 경과에 따라서 새누리당이 외부 정책전문가를 어떻게 쓰고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가 주류가 되고 모든 정책 토론에서 이겨야 하고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당 전반의 정책 관련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현상없이 어느 정도는 교감하고 녹아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때로는, '잘 나가도 외로운 자리'가 있는 법이다. 본사와 임프린트의 미묘한 관계가 그런데, 새누리당의 기본 정신세계에 영향을 별로 미칠 수 없는 공약용 임프린트로 남으면 안 된다는 걱정이 든다. '정치공학'에 따라 일시적으로 인기몰이할 임프린트를 '잠시(대선 정국용으로)' 만드는 정도로 김 선대위워낭과 경제민주화를 다루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