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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휠체어 수리하다 이젠 장애인 기술자 교육까지”

[인터뷰]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 김인호 소장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7.05 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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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직 불혹도 되지 않은 나이에 한 직장의 소장까지 올라선 김인호씨(36). 그는 젊은 나이에 ‘장인’수준의 수리전공을 다루는 손재주로 현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주차장 옆에 위치한 조그만 곳이지만,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는 성동사회복지관에서 설립, 주민복지를 책임지는 한 축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한 곳이다. 현재 김 소장과 직원들이 장애인들의 필수품인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 등의 장애인 보장구들을 수리하고 있다.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는 2009년 8월 운영을 시작했다. 장애인 보장구들을 직접 수리하고, 보장구 직접제작, 동료 상담 등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이끄는 김 소장 자신도 보장구를 쓴다. 지난 1998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김 소장은 1급 지체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한 순간 두 다리를 잃어버린 그는 절망보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쪽을 택해, 지금까지 버텼다.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 김인호 소장은 장애인도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얼마든지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의지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 있다.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던 그에게 취업이란 ‘그림의 떡’이었다. 그는 “장애를 갖고 일자리를 구하기란 모래알에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다”며 “만약 일자리를 구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풍토를 전했다.

또, 그는 “장애인고용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늘고 있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준비된 근무환경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그런 그가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지만 현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에서 소장이라는 직책으로 지도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2010년 서울시 장애인복지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가 취업을 하고, 또 자리를 잡아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은 바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손재주를 부린 데 있다.

직접 만난 그는 기존에 볼 수 없던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휠체어를 직접 자신의 장애에 맞게 개조한 것. 뿐만 아니라 앉아서 운전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누워서 운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위해 운전석을 개조하면서 수리기술 분야의 ‘슈퍼맨’으로 불리고 있다.

장애를 얻기 전, 그는 기존 이삿짐센터에서 사용되는 특장차를 수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래서 하반신을 쓰지 못 하게 됐지만, 자신이 이용하는 휠체어를 직접 개조할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다. 특히 무엇이든 사용하는 사람에게 꼭 맞는 개조작업을 해오면서 2006년 한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장구 수리 센터에 취직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 김인호 소장 일문일답.

-근무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성동장애인클린센터가 개소한지 3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많은 고객들을 만나왔지만, 아직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적지 않다. 장애인이 타는 휠체어를 장애인이 고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했고, 고객들이 수리된 보장구들을 보고나서 그러한 부정적인 시선은 많이 사라졌다.

-수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고객은.
▲사람들이 첫 번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나에게도 첫 번째 출장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고객은 전화수화기 너머로 나에게 살려달라고 했다. 휠체어 바퀴가 펑크나 밖에 나가질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간절한 목소리에 곧장 찾아갔으나, 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장구들을 장애인이 고친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수리를 마친 휠체어를 보고 아이처럼 환하게 기뻐했고, 그런 고객의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컸다.

-수리기술자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교육을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자동차 정비자격증이 있는데 장애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일반 카센터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전화였다. 그래서 그를 이곳으로 불러 취직할 수 있도록 내가 갖고 있는 정보지식을 전달했다. 그 후 1기 교육생 3명을 시작해서 현 4기 교육생 4명까지 무상으로 각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6개월간 보장구 수리 실무, 전자제어장치 이론과 실무, 보조공학기기 이해 등에 대해 배우며, 이곳 클린센터에서 실전교육을 받는다. 이미 3기까지 타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육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계획이다.

-보장구 수리기술 분야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점은.
▲우리나라 장애인 보장구 시장이 크지 않다. 크지는 않지만 무시할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정부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리기술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기관을 늘리고,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보장구 시장을 키워야 한다.

-장애인 구직자들에게 해 줄 조언은.
▲우선 자신의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를 잘 이해하고,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스스로 파악하지 않으면, 취업에 어려움을 느낀다. 취업분야에 대해 보는 시각을 넓히고, 혼자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의지를 갖기 위해선 가족, 친구 등 주변의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 못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